드라마에 이어 영화로도 제작된 ‘방법’은 주술을 활용해 되살아난 존재를 등장시켜 인간의 악한 심연을 파헤쳐간다.
드라마에 이어 영화로도 제작된 ‘방법’은 주술을 활용해 되살아난 존재를 등장시켜 인간의 악한 심연을 파헤쳐간다.
영화 ‘랑종’.
영화 ‘랑종’.
연쇄살인 등 스릴러 대신
영적 능력 등으로 공포감 줘

‘랑종’ 태국 무속 파헤치고
‘방법’은 저주 전면 내세워

구마의식 ‘엑소시스트’ 원조
‘컨저링’ 시리즈 등 인기몰이


극장가가 여름 무더위를 식히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 귀신·괴물이 등장하는 호러(horror)나 연쇄살인을 다룬 스릴러(thriller)와 같은 고전적 공포 영화의 공백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초자연적이나 악령으로 인한 공포를 다룬 오컬트(occult) 영화가 메우고 있다. 실화에 기반을 두거나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허무는 것도 관객들의 공포감을 극대화시키는 방법이다.

◇오컬트 영화, 미끼를 던지다

한국을 대표하는 오컬트 영화로 평가받는 ‘곡성’(2016)의 나홍진 감독은 14일 태국의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과 손잡고 만든 ‘랑종’을 선보인다. ‘곡성’에 등장하는 무당인 일광이라는 캐릭터에 착안해 무당에 대해 더욱 심도 깊은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태국의 샤머니즘을 파헤친다. 이 영화는 귀신과 같은 미지의 존재를 시각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악의 심연을 들추며 보는 이의 심리를 파고든다.

반종 감독은 “나는 귀신, 신(神), 무당을 믿지 않았지만 ‘랑종’ 원안을 받고 태국의 무속신앙을 취재하며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됐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겪었다”며 “나홍진 감독과도 ‘인간의 악’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있을 수 있는 가장 큰 악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밝혔다.

그 배턴은 28일 개봉하는 영화 ‘방법:재차의’(감독 김용완)가 이어받는다. 이 작품은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저주의 능력인 ‘방법’(謗法·사람을 저주해서 손발이 오그라지게 하는 것)을 소재로 지난해 방송된 tvN 드라마 ‘방법’의 세계관을 확장한다. 김용완 감독은 조선 중기 학자 성현의 잡록집 ‘용재총화’에 거론된 ‘재차의’(在此矣)에 대해 “기존의 좀비는 식탐이나 감염을 목적으로 움직였다면 주술사에게 조종받는 재차의는 목적의식에 따라 동시다발적이면서도 공격적으로 돌파하는 이미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주술 행위와 더불어 이로 인해 움직이는 존재가 악을 행한다는 설정이 오컬트적 요소를 강화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오는 8월에는 영적인 능력을 가진 심령연구소장이 폐쇄된 수련원의 실체를 파헤치는 과정을 다룬 ‘귀문’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오컬트 영화, 언제부터 각광받았나?

대중의 뇌리에 가장 강하게 각인된 오컬트 영화는 1975년 작인 ‘엑소시스트’다. 구마 의식과 더불어 악령이 깃든 아이가 거꾸로 계단을 내려오는 장면은 영화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컷으로 꼽힌다. 이듬해 개봉된 ‘오멘’은 6월 6일 오전 6시에 태어난 아이를 주인공으로 ‘666=악마의 숫자’라는 인식을 만들었다.

이후 오컬트 무비는 크게 실화 기반과 마치 실제 사건처럼 이야기를 꾸미는 페이크 다큐멘터리라는 두 갈래로 갈라졌다. ‘블레어 위치’와 ‘파라노말 액티비티’가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이라면 ‘컨저링’ 시리즈는 실존 인물인 초자연 현상 연구가이자 ‘컨저링’ 시리즈의 주인공인 에드 워런·로렌 워런 부부의 파일 속 실화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컨저링 인기에 힘입어 ‘애나벨’ ‘더 넌’과 같은 시리즈로 변주되며 마니아층을 확보했고, 지난달 개봉된 ‘컨저링3:악마가 시켰다’는 코로나19 속에서도 80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모았다.

국내 오컬트 영화 계보는 1998년 개봉된 ‘퇴마록’에서 시작됐다. 이후 ‘검은 사제들’ ‘사바하’ ‘사자’와 드라마 ‘프리스트’ ‘손 the Guest’ 등이 이어졌다. 687만 관객을 모은 ‘곡성’은 한국형 오컬트 영화의 최고봉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그 기대는 14일 오전 현재 ‘블랙 위도우’를 제치고 예매율 1위에 오른 ‘랑종’으로 이어지고 있다.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팬데믹 상황이 길어지니 현실 도피성 공포물이 늘고 있다”면서 “영화관에서만큼은 현실을 잊고 싶은 영화의 기본적 기능으로 돌아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안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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