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서 인터뷰 또는 기고 요청 들어오면 거절하지 말아 주시길!’ 권경애 변호사는 신간 ‘무법의 시간’에서 2019년 5월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으로부터 이 같은 부탁을 SNS를 통해 받았다고 공개하면서 ‘이런 요청을 받고 언론이나 인터뷰에 응해 정부와 조국 가족을 옹호하는 지식인을 청부지식인으로 부르기도 했다’고 썼다. 권 변호사는 그 직후 어느 신문의 연락을 받고 글을 썼다고 털어놓은 뒤 ‘어리숙한 변호사의 청부 칼럼이었다’고 고백했다. 청부(請負)란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모종의 주문을 하고 결과에 따라 보수를 지불하는 행위를 뜻한다. 대개 살인 청부업자 등 부정적으로 쓰이는데 ‘사람이 먼저’라는 문재인 정부 ‘이너서클’에서 통용됐다는 게 놀랍다.
청와대는 친여 지식인들에게 특정 주문을 한 뒤 임무를 완수하면 정부 일자리를 반대급부로 제공하는 청부 관계를 활용해온 듯하다. 친문 성향 인사들은 대개 그런 방식으로 중용됐기 때문이다. 권 변호사 책에는 ‘민정수석실에서 기사를 검색해 지인들에게 여기저기 문자를 보내고 있을 민정수석’이란 대목도 나온다. 민정수석이 청부지식인을 부리는 원청업자 역할을 했다는 암시다. 조국은 민정수석에서 법무장관으로 옮겨가는 사이 서울대 교수로 복직하는 과정에서 폴리페서 논란이 일자 “앙가주망은 지식인과 학자의 도덕적 의무”라고 했다. 지식인을 여론조작 수단으로 동원해온 자신의 행동을 장 폴 사르트르의 앙가주망(사회참여) 개념으로 포장한 것이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MBC 취재진의 경찰 사칭 사건과 관련해 “나이 든 기자 출신들에겐 굉장히 흔한 일”이라고 했다. “제 나이 또래에서는 한두 번 안 해본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그런 불법 행위가 언론계의 관행인 것처럼 버젓이 거짓말을 했다. 한겨레 신문에서 일하다 청와대 대변인이 돼 흑석동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사퇴한 뒤 여권 위성정당 비례대표 의원이 된 그가 자기편 비호를 위해 친정인 언론계 전체를 모욕한 것이다. 이쯤 하면 주문을 처리한 뒤 보상을 받는 청부언론인 수준을 넘어선다. 이권 카르텔을 지키기 위해선 어떤 불법 행위도 할 수 있다는 광기마저 엿보인다. 문 정권의 청부지식인들은 무법의 시간을 거치며 요설과 궤변의 괴물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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