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 | 차승민 지음 | 아몬드

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를 수용치료 하는 국내 유일의 기관인 국립법무병원, 책은 우리가 흔히 ‘치료감호소’로 알고 있는 국립법무병원에서 4년간 일하고 있는 정신과 의사가 쓴 ‘그들 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들 이야기’다. 1000명 정도가 치료받는 그곳에서 자신이 직접 만났거나 들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범죄와 연결된 술·알코올의존증·약물중독·조현병·가정폭력·성격장애 등의 이야기가 담담하게 풀려 나온다.

스스로 누구보다 평범하고 소심한 생활형 의사라는 저자는 책을 내놓으면서 조심스러움을 내비친다. 범죄자들을 너무 감싸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아닐까, 피해자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되지는 않을까, 혹시 환자에게도 해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조심스러움이었다. 특히 범죄로 실질적인 고통을 받는 피해자 입장에서 책이 그들의 상처를 들춰내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과 조심스러움이다.

“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다. 누가 봐도 파렴치한 범죄자에게 부여하는 지나친 서사에는 나도 반대한다”는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쓴 것은 “치료받지 못한 정신질환의 끝에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정신질환 범죄가 늘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는 무엇인지 알리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자기만큼은 이들을 애처롭게 보고 싶다는 저자는 “범죄자라고 사회에서 제대로 된 조치 없이 방치하고 비난만 한다면 이들은 분명히 또 다른 사건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여 말한다. 이와 함께 세상에 만연한 정신 질환을 향한 편견과 혐오를 손톱만큼이라도 줄이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저자는 환자와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대부분 환자 이름을 익명으로 하고, 내용을 각색해 대상을 특정하지 못하도록 했다. 312쪽, 1만7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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