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이나 ‘근거’라는 말 대신에 이젠 누구나 ‘팩트’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팩트라고 하면 사실이나 근거보다 객관적인 느낌이 더 강해 자신의 주장에 전문적이고 지적인 의미를 부여해준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비대면’ ‘영상·화상 대면’ ‘온·오프 연계교육’ ‘세계적 대유행’ 대신에 ‘언택트’ ‘온택트’ ‘블렌디드 러닝’ ‘팬데믹’을 사용하고, ‘창업지원사업’ 대신 생소한 ‘인큐베이팅’이라는 용어가 통용되고 있다. 아파트만 해도 이름에 외국어가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되는 듯하다. 이름만 보면 여기가 한국인지 미국인지 착각할 정도로 외국어를 남발하고 있다. 도심 거리에 늘어서 있는 간판도 우리말 간판을 찾아보기 힘들다. 외국어 공해가 그 도를 넘어섰다. 우리가 과연 어느 나라에 살고 있는지 우리의 정체성을 잃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시대의 흐름을 거역할 수는 없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말이 설 자리를 완전히 잃어버릴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든다. 세계적으로 독창성과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우리말과 우리글이 실제 생활에서는 이처럼 국민에게 푸대접을 받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말과 글을 잃는 것은 곧 민족의 정신과 혼을 잃는 것임을 뼈저리게 경험한 사실을 우리는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김동석·직업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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