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정책 이어 중국의 반도체 굴기 저지 계속
네덜란드, ASML의 최첨단 노광장비 중국 수출허가 ‘보류’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에 이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기 위해 네덜란드 정부에 핵심 장비를 팔지 않도록 압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의 압력으로 ASML이 만든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대중국 수출 허가를 계속 보류하고 있다. ASML이 생산하는 최신 노광장비는 실리콘 웨이퍼에 5㎚ 이하 극미세 회로를 새겨넣을 수 있는 전 세계 유일 장비다. 삼성전자, TSMC, 인텔 등 세계 최고 반도체업체들도 대당 1억5000만 달러(약 1712억 원)에 달하는 ASML의 최신 노광장비를 확보하느라 혈안이 돼 있다. 중국 반도체업체들도 ASML의 최신 노광장비 수입을 추진 중이지만 미국의 반대로 아직 손에 넣지 못하고 있다.

WSJ는 바이든 행정부가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들어 네덜란드 정부에 대중 수출을 제한할 것을 요구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네덜란드 측과 접촉해 첨단 기술분야 협력을 강조하며 최신 ASML 노광장비의 중국 수출 제한을 요청했다. 앞서 트럼프 전 행정부 당시인 2019년에도 찰스 쿠퍼먼 국가안보부보좌관이 네덜란드 외교관들을 백악관에 초청해 “좋은 동맹은 이런 장비를 중국에 팔지 않는다”며 수출 제한을 압박한 바 있다.

중국이 노광장비를 자체 개발해도 ASML의 기술을 따라잡으려면 최소 10년이 걸린다는 점에서 최신 ASML 노광장비의 수출 제한은 글로벌 반도체 기술 전쟁에서 중국에 큰 타격을 줄 전망이다. 하지만 대중국 수출이 막힌 피터 버닝크 ASML CEO는 수출 규제가 남용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혁신을 더디게 만들 수 있고 단기적으로도 반도체 공급망 문제를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
김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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