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공예박물관 개관
옛 풍문여고 자리에 6년간 추진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총망라
8개 상설·기획전 전시물 방대
시각장애인용 촉각 관람시설도
유리 블로잉, 공예진화 보여줘
“상상할수 없는 경지 보여줄것”
홈피 통해 사전예약 해야 관람
서울공예박물관이 지난 16일 문을 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당초 15일 예정했던 개막식은 미뤘으나, 일반인 사전예약 관람을 시작했다. 총 8개의 상설전과 기획전이 이날 일제히 선을 보였다. 개막 전시들을 미리 둘러보고, 김정화 관장 등 관계자들의 의견을 참고해 관람 포인트를 살펴봤다.
국내 유일 공예박물관답게 과거와 오늘을 조화시킨 외관에 우선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가 지난 2014년부터 추진한 공예박물관은 안국역 인근 옛 풍문여고 자리에 건립됐다. 1940년부터 하나둘씩 지어진 학교 건물 5개 동을 부수지 않고 현대적으로 리모델링하고 안내동만 신축했다. 서울 북촌과 인사동, 경복궁 등을 잇는 이곳은 조선 세종이 아들 영응대군을 위해 집을 지은 터였다. 고종이 순종의 가례 절차를 위해 건립한 안동별궁이 있던 곳이기도 하다. 북촌으로 가는 길에 접해 있는 전시 3동 사전가(絲田家)직물관 외벽을 청자, 백자, 분청 등의 도자로 마감한 것은 그런 역사성을 고려해서였다.
박물관 전체 담장이 없어 시민들이 언제나 야외정원에 들어올 수 있다. 학교 운동장이었던 광장과 전시 1동 사이엔 도자기 의자 30여 개가 있다. 제각기 다른 모양으로 된 분청 의자들은 이강효 작가가 직접 배합한 흙으로 만든 작품이다. 이처럼 각 건물의 안내소 책상과 의자들은 이헌정, 유진경, 한창균, 최병훈, 박원민, 김익영, 이재순 작가 등의 작품으로 이뤄져 있다. 실용과 미감을 겸한 것들로, 작품마다 각 작가의 개성이 배어 있다.
6개의 건축물은 모두 연결돼 있다. 삐뚤삐뚤 구불구불한 옛 골목을 이어 걸으며 공예의 아름다움을 찾는다는 개념이다. 어느 건물로 들어가더라도 안내데스크를 통해 전시 관람을 시작할 수 있는데, 어디로 갈지 망설여지면 안내동에 가서 준비된 프로그램을 받아보면 좋다. 주요 전시물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각 관람시설이 마련돼 있다.
8개 관의 전시물은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다루기 때문에 워낙 방대하다. 관람객은 전시관을 모두 둘러볼지, 좋아하는 분야에 한정해서 집중적으로 살필지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번에 개관 상설전은 직물공예전 ‘자수, 꽃이 피다’와 ‘보자기, 일상을 감싸다’, 공예 역사를 담은 ‘장인, 세상을 이롭게 하다’, 어린이를 위한 체험형 전시 ‘공예마을’ 등으로 구성돼 있다. 기획전으로는 현대 작품을 다채롭게 만나는 ‘공예, 시간과 경계를 넘다’, 귀에 착용하는 장신구를 조명하는 ‘귀걸이, 과거와 현재를 꿰다’, 서울무형문화재 작품을 전시한 ‘손끝으로 이어가는 서울의 공예’, 언론인이자 민속문화연구자인 고 예용해(1929∼1995) 선생이 남긴 기록을 보여주는 ‘아임 프롬 코리아’ 등이 있다.
전시 1동의 ‘공예, 시간과 경계를 넘다’전은 해방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활동해 온 공예가들의 작품과 관련 자료들을 펼쳐놨다. 조아라 공예박물관 주무관은 “유리를 블로잉(재료를 녹여서 사람의 숨결로 모양을 만드는 것)과 연마 기법으로 연결해 만든 작품들이 공예의 진화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일련번호가 새겨진 수많은 점토 조각들을 결합해 빚은 도자 ‘고도를 기다리며’(배세진 작)와 관련, “흔히 상상할 수 없는 경지”라고 했다. 실제 작품들을 보니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릴 수밖에 없었다.
사전관람 예약(무료)은 박물관 홈페이지를 통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6회차, 회차당 90명을 받는다. 코로나 거리두기 4단계가 풀리면, 교육용 전망대를 개방할 계획이라니 꼭 올라가 보길 권한다. 인왕산 풍경을 시원하게 만날 수 있다.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관’ 건립 후보지 중 하나로 현재 숲이 울창한 늪지인 송현동 부지도 바로 옆에서 내려다보여 이채롭다.
글·사진 =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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