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셨던 아버지 환갑잔치는 어머니의 강력한 추진력으로 시골 마당에서 동네 어르신들을 모시고 풍악을 울리며 3일 동안 거하게 치렀다. 이때만 해도 여행으로 환갑생신을 대신하던 시대다 보니, 동네 어르신들의 시선이 곱지 않으면서도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딸만 다섯이라는 이유로 더 유별나고 성대하게 치러진 생신 잔치였다. 어머니는 아들과 며느리의 공백을 건장한 가장이 버티고 있노라 내보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린 거기에 맞춰 아버지와 어머니 자리를 우러러보며 아무 걱정 없이 지내던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언제나 그 자리에 계실 것만 같던 아버지. 그래서 더욱 내 삶에만 집중하며 부모님에 대해선 큰 신경을 쓰지 않고 편하게 지냈다.
이때만도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앞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시련과 고통의 시간을…. 집에 들어서며 “아버지”하고 부르면 언제나 “왔으면 밥부터 챙겨 먹어라” 하실 것만 같은 아버지. 건장했던 아버진 환갑잔치 후 1년이 채 못돼서 뇌출혈과 뇌경색으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다섯 번의 수술과 재활치료를 했다. 그 기간이 무려 10년을 훌쩍 넘어 버렸다.
아버지에게 매달리던 시간이 차츰차츰 고통과 삶의 무게로 무거워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했다. 가족 간에 서로를 살피지 못하고 경제적으로뿐만 아니라 정신적·육체적으로 만신창이가 되면서 가족 모두가 아프기 시작했다. 그 세월이 채 10년도 되기 전에 견고하던 가정이 서서히 무너져내렸다. 삶도, 건강도….
그래도 우리 가정은 그런데로 꾸려지고 있다. 지구에 중심이 있듯이 우리에게도 어머니란 중심이 있기 때문이리라. 가족을 지키고 진두지휘하며 부지런히 삶을 살아내는 어머니는 실로 대단하다. 아픈 아버진 갈수록 난폭해지며 예민해지고 어머니를 힘들게 했지만, 어머니는 수발은 물론 생활을 책임지는 농사일, 동네 일까지 도맡아가며 아주 바쁘고 헌신적으로 생활하셨다. 어머니란 단어를 어찌 속 좁고 미련퉁이인 내가 다 이해할 수 있을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병들고 나약해지겠지만 나의 대단한 어머니가 항상 그 자리에서 건강하게 오래도록 중심을 잡아주길 소망해 본다.
어느 것이 더 나은 삶일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던가. 그렇지만 지금은 아쉽고 후회되고 자꾸만 이 현실을 외면하고 싶어진다. 시간이 지나 나이를 자꾸만 먹다 보니 생각만 하고 못 해본, 항상 마음만 있었지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던 것들이 너무 후회된다. 부모님 거동이 가능하실 때 모시고 여행도 다니고 소화가 잘될 때 맛난 것도 같이 먹어보러 다니고 철마다 선물도 하고 할 것을 왜 못하고 살았을까. 지금 거동이 어려워 누워만 있는 아버지를 보니 일찍 철이 들었으면 좋았을 것을 후회한다.
고령이신 아버진 누워 계셔서 내가 쳐다보는 것밖에 할 수 없으니 어머니께라도 잘해야지. 같이 웃고 밥 먹고 같이 수다 떨면서 후회하는 마음을 줄여 내 삶이 더 나은 삶이 되길 바라본다. 그리고 매일 전할 것이다. 사랑한다고. 매일매일 그립다고.
김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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