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철 비서관 자료 제공 안해
법조계 “靑 임의제출은 위법”
공수처 오늘 압수수색 재시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중천 면담보고서 왜곡 및 유출 의혹’과 관련해 지난 20일에 이어 21일 오전에도 재차 압수수색에 나섰다. 하지만 전날 청와대가 사실상 공수처의 압수수색을 거부한 것을 두고 “대통령과 비서실이 공수처 직무수행에 있어 관여할 수 없다”는 공수처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성역없는 수사’를 명분으로 공수처를 출범시킨 문재인 정부가 정작 청와대를 향한 수사에 ‘성역’을 뒀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전날 청와대 압수수색 영장 집행에 실패함에 따라 이날 오전 다시 압수수색 절차를 재개했다.

청와대는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전날 자택 압수수색을 참관하면서 업무용 PC 비밀번호를 알 수 없다는 이유로 자료를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날도 압수수색 집행이 아닌 임의제출 방식으로 공수처에 자료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같은 청와대의 압수수색 거부는 공수처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수처법 제3조 3항에선 ‘대통령, 대통령비서실의 공무원은 수사처의 사무에 관한 업무보고나 자료제출 요구, 지시, 의견제시, 협의, 그밖에 직무수행에 관여하는 일체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수처의 독립성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공수처법에선 청와대가 협의나 의견제시 등 일체 행위를 할 수 없도록 구체적으로, 또 강하게 못 박아 두고 있다”면서 “그간 임의제출이 관행이었다는 이유로 압수수색 집행을 막는 건 법에서 금지한 공수처 직무수행에 관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형사소송법을 근거로 공수처의 압수수색을 무력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형사소송법 제110조 1항에선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전날 청와대 관계자가 공수처 압수수색 관련 “대통령비서실 등은 국가보안시설로 지정돼 있다”며 “보안 사항을 다루는 업무 특성상 관련 법률에 따를 것”이라고 언급한 이유다. 하지만 2항에선 단서 조항으로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이라는 게 결국 청와대 인사의 불법 행위가 드러나는 게 아닌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사실상 전날 (압수수색) 실패로 이날 예고된 압수수색은 성과 없이 보여주기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
윤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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