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G ‘오해와 진실’
‘최초 상용화’타이틀 위해
정부·이통사, 무리한 추진
28㎓,빌딩숲선 통신 장애
3.5㎓가 경제적으로 유리
20배 빠른 5세대(G) 이동통신은 언제쯤 가능할까? 답은 ‘모른다’이다. ‘20배 빠른’은 직전 4세대 롱텀에볼루션(LTE)보다 다운로드 속도가 이론상 20배 더 빠르다는 뜻이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 기준에 따르면 5G의 최대 속도는 다운로드의 경우 20기가(G)bps(초당 전송 비트 수), 업로드는 10Gbps. LTE의 최대 속도는 1Gbps다. 다운로드 기준으로 이론상 5G는 LTE보다 20배 빠른 셈이다. 고화질(HD)급 2GB 용량의 영화 1편을 다운로드하려면 LTE에선 16초가 걸리지만 5G에선 0.8초면 충분하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실험실 수준의 소규모 시설에서 모든 조건이 최적화된 가운데 테스트한 그야말로 ‘이론적 수치’에 불과하다. 5G의 국제적 표준이 제정되는 미래에 달성될 것으로 전망되는 기대치다. 그래서 현실에선 이보다 상당히 못 미치는 속도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도 ‘진짜 5G’ 논란으로 집단 소송까지 이르게 된 배경에는 정부와 이동통신사들의 과대 홍보라는 원죄가 숨어 있다.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019년 4월 ‘세계 최초 5G 상용화’ 업적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데다, 여기에 떠밀린 이통사들 역시 소비자에게 지나친 기대를 갖게 했다는 공범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국내 이통 3사가 할당받은 5G 주파수는 중대역인 3.5기가헤르츠(㎓)와 초고주파 대역인 28㎓의 두 가지이다. 각각 장단점이 있다. 28㎓는 대역폭이 800㎒로 3.5㎓의 100㎒에 비해 훨씬 넓다. 대역폭은 도로의 너비, 즉 차선 개수에 해당하는 것으로 넓을수록 대량의 데이터 고속 전송이 가능하다. 3.5㎓는 파장이 짧은 28㎓에 비해 회절률이 좋아 장애물을 잘 피한다. 28㎓는 직진성이 강해 전파 도달거리가 3.5㎓의 10∼15%에 그칠 정도로 짧다. 도심의 빌딩 숲처럼 장애물이 많은 곳에선 오히려 통신 장애가 일어난다. 막대한 수의 기지국을 새로 건설해야 하는 이통사 입장에서 보면 3.5㎓가 경제적으로 유리한 셈이다. 심지어 3.5㎓ 기지국 소요 개수만 해도 LTE 기지국의 최소 3배 이상 많아야 한다. 이런 이유로 미국, 일본 등 주요 통신 선진국들도 5G의 초기 보급단계는 주로 3.5㎓ 기지국 확보에 주력 중이다. 기술 발전과 현실적 수요를 감안한 판단이다. 국내에서도 28㎓는 소비자보다 우선 스마트 공장·병원 등 기업용(B2B)으로 깔아야 한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B2B 상용화마저도 아직 희망하는 기업들이 많지 않아 보급이 더디다.
그래서 관련 부처는 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5G 상용화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선두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데도 초기의 과대 포장 때문에 소비자들이 믿어주질 않는다는 것. 이통 3사는 당초 주파수 이용계획서상 목표에 비해 3배 이상 빠른 속도로 5G 기지국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 4월 기준 목표 기지국 5만7000여 개보다 훨씬 많은 17만4000여 개의 기지국이 완성됐다. 품질도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조사기관 ‘루트메트릭스’가 2020년 서울·취리히·뉴욕·런던의 최고 품질 사업자 간 비교 조사를 한 결과, 서울은 5G 다운로드 속도 중앙값에서 476.5Mbps로 1위를 했고, 현재 600대로 올라간 상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5G 품질 논란 때문에 LTE 가입자 수가 늘어났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며 “알뜰폰 선불 가입자를 분류하는 기준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오계산된 것으로 실제 LTE 가입자는 오히려 35만 명 감소했다”고 밝혔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최초 상용화’타이틀 위해
정부·이통사, 무리한 추진
28㎓,빌딩숲선 통신 장애
3.5㎓가 경제적으로 유리
20배 빠른 5세대(G) 이동통신은 언제쯤 가능할까? 답은 ‘모른다’이다. ‘20배 빠른’은 직전 4세대 롱텀에볼루션(LTE)보다 다운로드 속도가 이론상 20배 더 빠르다는 뜻이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 기준에 따르면 5G의 최대 속도는 다운로드의 경우 20기가(G)bps(초당 전송 비트 수), 업로드는 10Gbps. LTE의 최대 속도는 1Gbps다. 다운로드 기준으로 이론상 5G는 LTE보다 20배 빠른 셈이다. 고화질(HD)급 2GB 용량의 영화 1편을 다운로드하려면 LTE에선 16초가 걸리지만 5G에선 0.8초면 충분하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실험실 수준의 소규모 시설에서 모든 조건이 최적화된 가운데 테스트한 그야말로 ‘이론적 수치’에 불과하다. 5G의 국제적 표준이 제정되는 미래에 달성될 것으로 전망되는 기대치다. 그래서 현실에선 이보다 상당히 못 미치는 속도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도 ‘진짜 5G’ 논란으로 집단 소송까지 이르게 된 배경에는 정부와 이동통신사들의 과대 홍보라는 원죄가 숨어 있다.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019년 4월 ‘세계 최초 5G 상용화’ 업적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데다, 여기에 떠밀린 이통사들 역시 소비자에게 지나친 기대를 갖게 했다는 공범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국내 이통 3사가 할당받은 5G 주파수는 중대역인 3.5기가헤르츠(㎓)와 초고주파 대역인 28㎓의 두 가지이다. 각각 장단점이 있다. 28㎓는 대역폭이 800㎒로 3.5㎓의 100㎒에 비해 훨씬 넓다. 대역폭은 도로의 너비, 즉 차선 개수에 해당하는 것으로 넓을수록 대량의 데이터 고속 전송이 가능하다. 3.5㎓는 파장이 짧은 28㎓에 비해 회절률이 좋아 장애물을 잘 피한다. 28㎓는 직진성이 강해 전파 도달거리가 3.5㎓의 10∼15%에 그칠 정도로 짧다. 도심의 빌딩 숲처럼 장애물이 많은 곳에선 오히려 통신 장애가 일어난다. 막대한 수의 기지국을 새로 건설해야 하는 이통사 입장에서 보면 3.5㎓가 경제적으로 유리한 셈이다. 심지어 3.5㎓ 기지국 소요 개수만 해도 LTE 기지국의 최소 3배 이상 많아야 한다. 이런 이유로 미국, 일본 등 주요 통신 선진국들도 5G의 초기 보급단계는 주로 3.5㎓ 기지국 확보에 주력 중이다. 기술 발전과 현실적 수요를 감안한 판단이다. 국내에서도 28㎓는 소비자보다 우선 스마트 공장·병원 등 기업용(B2B)으로 깔아야 한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B2B 상용화마저도 아직 희망하는 기업들이 많지 않아 보급이 더디다.
그래서 관련 부처는 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5G 상용화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선두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데도 초기의 과대 포장 때문에 소비자들이 믿어주질 않는다는 것. 이통 3사는 당초 주파수 이용계획서상 목표에 비해 3배 이상 빠른 속도로 5G 기지국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 4월 기준 목표 기지국 5만7000여 개보다 훨씬 많은 17만4000여 개의 기지국이 완성됐다. 품질도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조사기관 ‘루트메트릭스’가 2020년 서울·취리히·뉴욕·런던의 최고 품질 사업자 간 비교 조사를 한 결과, 서울은 5G 다운로드 속도 중앙값에서 476.5Mbps로 1위를 했고, 현재 600대로 올라간 상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5G 품질 논란 때문에 LTE 가입자 수가 늘어났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며 “알뜰폰 선불 가입자를 분류하는 기준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오계산된 것으로 실제 LTE 가입자는 오히려 35만 명 감소했다”고 밝혔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