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G 서비스 품질 논란
이통3사,‘20배 빠른 속도’는 28㎓ 기준인데 3.5㎓ 전국망 집중… 올해까지 4만5000개 기지국 약속했지만 아직 90여개 그쳐
과기부,‘민간 자율’이라며 사실상 방치 논란… 소비자 “요금 전액 반환” vs 이통사 “불량 가능성 사전고지”
지난 2019년 전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5세대(G) 이동통신 서비스의 품질 논란이 거세다. 지난 5월 말 기준 1584만1478명이 5G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지만, 서비스를 상용화한 지 만 2년이 지났음에도 속도 저하·지연, 서비스 불가 등 불만의 목소리는 커져만 가고 있다.
소비자들은 5G 서비스 상용화 당시 이통사들이 ‘꿈의 속도’와 같은 표현으로 현혹했지만, 실제 통신 속도는 이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은 물론 더 비싼 요금제를 사용하면서도 통신 불량으로 원활한 서비스를 받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이통사들은 5G 전국망 구축이 미흡했고 당장 28㎓ 서비스 상용화가 어렵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사전에 서비스 제공이 어려운 지역이 있음을 소비자에게 고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소비자와 이통사 간 5G 서비스 품질 관련 첫 법정 공방이 진행됐다. SK텔레콤 5G 서비스 가입자 237명이 SK텔레콤을 상대로 제기한 집단 소송의 첫 변론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KT와 LG유플러스를 상대로 한 소송 재판도 줄줄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날 법정에서 소비자 대리인 측은 “5G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롱텀에볼루션(LTE) 대비 20배 빠른 서비스를 한다고 광고하면서 지연 속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 등을 설명하지 않았다”며 “가입 계약이 무효이며 요금 전체의 반환을 청구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SK텔레콤 측은 “5G 서비스 가용 지역 등에 관한 사항은 약관 내용이 아니어서 설명 의무 대상이 아닌데도 관련 정보를 성실하게 제공했다”며 “이 사건에서도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한 지역이 존재한다는 점을 고지했고, 계약자들도 충분히 고지를 받고 계약했다”고 밝혔다.
소비자와 이통사 간 입장 차이를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통사들이 광고해 온 ‘20배 빠른 서비스’ ‘꿈의 속도’ 등은 28㎓ 주파수 대역을 기준으로 한 이야기였다. 3.5㎓ 5G는 LTE에 비해 속도가 약 4∼5배 빠르다. 28㎓ 서비스는 최대 20Gbps의 속도를 지원하지만 도달 거리가 짧은 전파 특성상 기지국을 훨씬 촘촘하게 설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전국망을 갖추는 비용이 최대 2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등 상용화가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이통사들은 28㎓ 주파수를 할당받으면서 올해까지 총 4만5215개(SK텔레콤 1만5215국·KT 1만5000국·LG유플러스 1만5000국)의 기지국 구축 조건을 부여받았다. 그러나 지난 3년간 설치된 28㎓ 5G 기지국 수는 100개가 채 안 되는 상황이다. 남은 기간 4만5000개 이상의 기지국을 구축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차적인 책임은 이통사에 있지만, 정부의 책임론도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위해 일정을 무리하게 앞당기는 과정에서 망 구축이 제대로 안 됐고, 28㎓ 서비스에 대한 이통사의 예측도 빗나갔다는 것이다.
정부가 사실상 문제를 방치하고 있었다는 목소리도 크다. 이통사가 국민의 공공자산인 전파를 할당받고도 28㎓ 5G 기지국 구축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2019년부터 매년 불거져 왔음에도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주파수를 할당받고 난 뒤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민간 자율”이라며 “의무구축 기한까지 이행하지 않을 경우 관련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올해 3월에야 ‘28㎓ 5G 구축 활성화 전담반(TF)’을 발족하는 등 뒤늦게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힘쓰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실기(失期)’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통사들은 지난해 말 28㎓ 주파수 관련 비용을 회계상 손상 처리하는 등 서비스 상용화에 여전히 회의적이다. 최악의 경우 업계가 28㎓ 기지국 구축 의무를 지키지 못하고 주파수를 반납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다만 이통사들은 현실적으로 그간 3.5㎓ 5G망 구축에 집중해온 만큼, 올해부터 3.5㎓ 5G 단독모드(SA) 서비스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5G SA가 상용화되면 하나의 물리적인 네트워크를 가상 분할해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 등 서비스 특성에 맞는 서비스가 가능한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을 이용할 수 있다.
우선 KT는 운용 중인 비단독모드(NSA) 코어 장비에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만으로 SA 서비스를 함께 수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15일부터 5G SA 상용화를 시작했다.
국내에서 5G 서비스는 NSA 방식으로 제공되고 있다. NSA는 제어 부문은 LTE망, 데이터 부문은 5G망으로 분리 서비스하는 반면, SA는 제어와 데이터 모두 5G망으로 처리한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5G SA를 준비하고 있다. SK텔레콤은 KT 방식이 아닌 LTE 네트워크와 결합된 서비스 제공까지 가능한 차세대 5G 표준 SA 기술을 활용해 2년 내에 5G SA 상용화에 나설 방침이다. LG유플러스도 SA 상용화를 준비 중으로 적절한 시기에 진행할 계획이다.
SA 방식이 NSA 방식과 비교해 지연 시간 감소, 배터리 소모량 절감 등을 기대할 수 있지만, 5G 전국망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상용화가 이뤄지면 속도 저하 등으로 인해 5G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5G 가입자 수가 올해 2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5G망이 부족한 상황에서 트래픽이 일시에 몰릴 경우 속도 저하 문제가 다시금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네트워크 업계 관계자는 “현재 기술력으로는 SA 방식이 NSA 방식에 비해 속도 측면에서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섣불리 SA 상용화에 나섰다가 서비스 장애가 발생하면 5G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승주 기자 sj@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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