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인에게도 배워가며 써
등단40년, 詩가 좀 달라졌대요”
‘“아빠 시 좋다/제목을 ‘꿈을 생시로 잇다’/이걸로 하면 좋겠다(…)/아직 ‘여기까지’ 안 온 것 같은/그런 느낌도 있어요.”’ 이것은 시다. 김용택(사진) 시인의 신간 ‘나비가 숨은 어린나무’(문학과지성사)에 실린 ‘내가 사는 집 뒤에는 달과 밤이 한집에 산다’이다. 김 시인의 딸이 신작 시를 읽고 보내온 메시지가 그대로 시가 됐다.
시인은 시 속에서 답한다. ‘‘여기’를 한 손에/‘까지’를 저 손에 들고 강으로 갔다/무슨 말인지 안다.’ “시가 ‘지금 여기 우리’의 삶인가를 늘 물어야 한다는 말이지요. 지금 하는 말이 정직한지, 내가 책임질 수 있는 말인지….” 등단 40년. 열세 번째 시집을 낸 김 시인과 최근 서면과 전화를 통해 만났다. 김 시인은 “처음으로 내게도 남에게도 덜 미안한 마음”이라면서 “내 말이 ‘내 말’이 됐다는 의미”라고 소감을 밝혔다.
새 시집은 시작(詩作) 활동의 오랜 동반자였던 ‘창비’가 아닌, 문학적 경향이 다소 다른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했다. 사람들은 “무언가 시가 좀 달라졌다”고 했고, 그는 “어딘가에서 쏙 빠져나온 듯하다”고 했다. 그는 이 묘한 기분을 “묶여 있던 시대적인 문법으로부터 풀려나서일지 모른다”고 했다. “우리의 시대적인 언어는 너무 낡았습니다. 새로운 말이 없어요. 늘 한발 앞으로 나가야 된다는 생각을 해요.” 시집의 맨 첫 장을 장식한 시 ‘어린 새들의 숲’에 이런 바람과 꿈을 담았다. ‘올해 태어나 자란/어린 새들이/앳된 울음으로/나뭇가지 사이를 날아다닌다//신비로운 첫서리,/당신이/처음입니다’
시집이 나오기까지 5년이 걸렸다. 그 시간을 가득 메운 생각은, 지금까지와 같은 시를 계속 쓰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딸뿐만 아니라, 젊은 시인들에게도 배웠다. 묻고, 듣고, 깨닫고, 수긍했다. 그렇게 찾아낸 ‘새로운’ 말들이 모여 49편의 시가 됐다. 김 시인은 자신에 대해 “시골에 박혀 사는 돌”이라면서 “낡았고, 지루하고, 고루하다”고 했다. 그래서 더욱 생생하고 역동적인 감각이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젊은 시인의 충고를 잘 알아듣습니다. 그들이 맞습니다. 내 시를 사랑하는 사람의 아름다운 충고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정신 차리게 해 줘요. ‘남의 말을 잘 듣는 것이 진보다’라는 말도 있고요.”
40여 년 아이들을 가르친 김 시인. 정년 후 교단을 떠난 지도 벌써 12년이다. 그때도 좋았고, 지금도 좋다는 그는 요즘 시 쓰는 일 외에, 사진 찍기에 푹 빠졌다. 특히, 새와 나비 찍기를 좋아한다. 그래서일까. 이번 시집엔 ‘나비’로 발화한 화자가 유독 많다. ‘잘 왔다/어제와 이어진/이 길 위에/검은 바위, 어린나무만이 나비를/숨겨준다’(‘나비가 숨은 어린나무’ 중), ‘날개를 헐 수 없는 나비는 절대의 균형을 잃을까 두려워/오늘도 번쩍이는 거대한 유리 벽을 날아오른다’(‘침묵의 유리 벽’ 중).
그는 “나비는 얇은 두 쌍의 날개로 균형을 잡아가며 난다. 균형은 시인의 생명이고, 시는 나비 날개가 일으키는 바람 같은 것”이라고 했다. “나비가 좋아 사진을 찍고, 시를 씁니다. 연약함이 주는 아름다운 ‘짓’이 늘 나를 신비롭게 일깨워 주는 것 같아요.”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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