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갈매기’

신인감독에 이름도 낯선 주연 배우들, 그리고 보잘것없는 제작비… 독립영화의 흔한 모습이다. 흥행을 바라보는 상업영화 시장에서 이런 ‘스펙’으로 경쟁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더구나 지금처럼 코로나19가 더욱 기승을 부리는 상황이라면.

그러나 19일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갈매기’(감독 김미조)는 그래서 오히려 더 도드라져 보였다. 딸부잣집 막내딸인 김미조 감독은 첫 장편을 만든 연출자라곤 믿어지지 않을 만큼 침착하고 단단해 보였다. 대사와 대사 사이의 여백의 미, 상황을 객관화하는 다큐멘터리적 롱테이크, 사회적 이슈를 영화 속에 버무린 솜씨가 빼어났다.

특히 서지현 검사의 ‘미투’를 비롯해 성폭력 사건, 재개발에 따른 조합원 내 갈등 등 실제 사건들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김 감독은 “다수에 맞서 목소리 낸 사건을 많이 참고했다”며 “서 검사가 처음에는 사과만 하면 된다고 했는데, 그것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건이 커졌다. 영화 속 주인공도 사과를 요구하는데 그것이 묵살되면서 일이 커진다”고 밝혔다.

‘갈매기’는 일평생 수산시장에서 일해온 오복(정애화)이 술자리에서 성폭행을 당한 이후 수치스러운 마음을 견디며 세상에 맞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과정을 그린다. “한강에 배 한 번 지나간 것으로 치라”는 동료들의 모진 말처럼 그동안 너무나도 아무렇지 않게 무시당했던 중년 여성의 인권과 내적 고민을 매우 사실적으로 드러낸다.

오랜 무명 단역 생활 끝에 첫 주연을 한 정애화는 시사회 후 인터뷰 때 여러 차례 울먹였다. 그 자신이 오복인 것처럼 한 여자로서, 엄마로서, 딸로서의 감정을 떨리는 목소리로 털어놨다. 그는 “제 세대는 억압받은 60대이지만 오복을 연기하는 데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며 “나는 성폭행을 당한 여자였고, 내 의지대로 찾아갈 거야 하는 상상을 했을 때 그런 연기들이 편안하게 나왔다”고 말했다.

성폭행이 사건의 중요한 모티브이지만 여느 영화처럼 상세한 장면 묘사 같은 건 없다. 그건 아마도 김 감독의 연출 의도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김 감독은 “(폭력 장면을) 묘사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피켓에 적힌 고발 내용조차도 관객에게 상상하도록 하는 게 감상의 여지가 있다고 믿었다”면서 “‘갈매기’는 오복이 어떻게 당했냐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이런 일이 일어났는데 오복이 그걸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갈매기’는 이미 유수의 영화제에서 성과를 거뒀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경쟁부문 대상을 받았고, 함부르크영화제, 바르샤바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됐다. ‘모가디슈’ ‘방법: 재차의’ 등 경쟁작이 만만치 않은 28일 개봉한다. 15세 관람가.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김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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