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성장 기대감 커지며
국내은행, 관련 플랫폼 구축 붐

KB·삼성자산 등 펀드 출시
관련 기기·SW기업 등에 투자
20일간 투자금 76억 몰리기도
과열땐 단기적인 손실 볼수도


‘인터넷, 소셜미디어 다음엔 메타버스?’

가상세계와 현실이 뒤섞여 시·공간의 제약이 사라진 세상이란 뜻의 메타버스(Metaverse)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기업과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가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특히 대면 접촉을 극히 꺼릴 수밖에 없는 코로나19 상황과 맞물리면서 메타버스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은 빠르게 증폭되고 있다. 자산운용회사들은 메타버스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선보이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증권회사들은 메타버스 수혜주 찾기에 분주하다. 메타버스 투자가 과열 양상을 보이자 단기 수익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선 제기되고 있다.

◇메타버스란= 가공·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1992년 미국의 공상과학소설 작가 닐 스티븐슨이 소설 ‘스노 크래시’에서 사람들이 가상의 인물인 아바타를 통해 활동하는 세상으로 처음 사용했다.

미국의 비영리 기술연구단체인 미래가속화연구재단(ASF)은 2007년 ‘메타버스 로드맵’을 통해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융합·교차점·결합의 개념으로 제시했다. 2018년 개봉한 영화 ‘레디플레이어 원’에 나오는 ‘오아시스’ 공간도 메타버스의 사례로 그려졌다. 2003년 등장한 미국의 가상현실(VR) 서비스 ‘세컨드 라이프’가 메타버스의 가능성을 확인해준 이후 모바일 문화가 확산되고 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가 주축으로 떠오르면서 최근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 기업들도 MZ세대를 겨냥해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마케팅 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금융사도 가세해 메타버스 플랫폼에 사무 공간을 구현한 뒤 소통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하나글로벌캠퍼스를 메타버스 플랫폼에 재현했다. 권광석 우리은행장은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MZ세대 직원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다. DGB대구은행과 BNK부산은행도 메타버스 체험관을 운영 중이다.

권광석 우리은행장이 ‘전광석화’라는 닉네임으로 메타버스 플랫폼에 접속한 MZ세대 직원들과 직접 셀프 카메라를 찍고 있다.  우리은행 제공
권광석 우리은행장이 ‘전광석화’라는 닉네임으로 메타버스 플랫폼에 접속한 MZ세대 직원들과 직접 셀프 카메라를 찍고 있다. 우리은행 제공

박성호(앞줄 왼쪽 네 번째) 하나은행장이 메타버스 내 하나글로벌캠퍼스에서 신입 행원 캐릭터들과 함께 신입 행원 멘토링 프로그램 ‘벗바리 활동’ 수료식을 하고 있다.    하나은행 제공
박성호(앞줄 왼쪽 네 번째) 하나은행장이 메타버스 내 하나글로벌캠퍼스에서 신입 행원 캐릭터들과 함께 신입 행원 멘토링 프로그램 ‘벗바리 활동’ 수료식을 하고 있다. 하나은행 제공

◇메타버스 투자 현황= 주요 자산운용회사들이 경쟁적으로 메타버스 펀드 상품을 만들어 출시하고 있다. KB자산운용은 지난달 14일 업계 최초로 ‘KB 글로벌 메타버스 경제펀드’를 출시했다. VR·증강현실(AR) 기기를 만드는 하드웨어 기업(애플, 페이스북)과 메타버스 공간을 구현하는 소프트웨어 개발기업(엔비디아, 유니티 소프트웨어), 플랫폼·콘텐츠 기업(로블록스, 네이버, 하이브) 등에 투자한다. 펀드 출시 보름 만에 약 54억 원이 몰렸다. 요즘 공모펀드 인기가 예전 같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비교적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삼성자산운용도 지난달 28일 ‘삼성 글로벌 메타버스 펀드’를 내놨다. 이 펀드는 총 8개 테마에 투자한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VR 등 2개 테마에 장기적으로 투자하고, 모빌리티·온라인 게임·온라인 결제·온라인 플랫폼·3D 디자인 툴·럭셔리 상품 등 6개 테마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운용한다. 페이스북, 페이팔, 로블록스, 스퀘어, 네이버 등을 담고 있다. 삼성 글로벌 메타버스 펀드에도 출시 이후 20일 동안 약 76억 원의 투자자금이 들어왔다.

지난달 말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도 첫 메타버스 관련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했다. 미국의 라운드힐 자산운용에서 만든 ‘라운드힐 볼 메타버스 ETF’다. 이 ETF 포트폴리오에는 엔비디아가 7.9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텐센트, 로블록스, 마이크로소프트(MS), 패스틀리, TSMC, 유니티 소프트웨어, 아마존, 오토데스크, 퀄컴 등으로 구성돼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빅테크(인터넷 플랫폼 기반의 대형 정보기술(IT) 회사) 텐센트가 포트폴리오에 속하는 게 눈에 띈다. ETF란 말 그대로 인덱스펀드를 거래소에 상장시켜 투자자들이 주식처럼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금융상품이다. 서학개미들도 올해 들어 메타버스 관련 종목으로 방향을 잡았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올해 지난 16일까지 유니티 소프트웨어(3억2408만 달러), 로블록스(2억1884만 달러), 페이스북(8337만 달러) 등 메타버스 관련 대표 기업들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전망은=대다수 시장 참여자가 메타버스 시장에 대해 밝게 보고 있다. 앞으로 빠르게 성장할 메타버스 산업에 투자하려면 도약기인 지금이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조언했다. 김중한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메타버스가 인터넷, 소셜미디어 등의 흐름을 잇는 메가 트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단기적으로 손해를 볼 수도 있으니 긴 흐름에서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대표적인 메타버스 관련 주로 분류되는 로블록스 주가는 19일 기준으로 지난달 말 대비 11.94% 하락했다. 유니티 소프트웨어 주가 역시 같은 기간 10.56% 떨어졌다. 따라서 종목 선정을 하거나 금융 상품을 선택할 때 세심하게 접근해야 하는 건 기본이다. 전문가들은 메타버스 관련 기업 가운데 어느 정도 실적이 뒷받침되는 곳 위주로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며 서비스 범주를 넓혀간다거나 결정적인 사업 변화가 있을 때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
유회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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