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할머니, 할아버지께
할머니,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저 지은이에요.
등교 개학이 시작된 후에는 자주 찾아뵙지 못해 너무 보고 싶어요. 사람이 아무리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어도 말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대요. 저도 할머니, 할아버지께 감사한 마음이 우주만큼 크지만 두 분께 말씀드리지 않으면 모르실 것 같아 쑥스럽지만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됐어요.
올봄, 코로나19 때문에 학교도 못 가고 여행도 못 다니며 집에만 있으려니 답답하고 불안했어요. 그러던 중 할머니께서 안전하게 시골에 내려와 지내라고 말씀해주신 덕분에 즐겁게 지낼 수 있었어요. 농사지으실 때 “도와달라”고 하시며 일부러 일거리를 남겨주신 배려 덕분에 콩이랑 고추, 상추를 심고 쑥도 뜯어 보았어요. 땡볕에 밭에서 일하려니 힘들고 땀도 났지만 그럴 때면 얼른 아이스크림을 주시며 시원하게 해 주셨죠. 맛있는 아이스크림과 함께 더위를 식히던 그 시간이 너무 행복했어요.
저녁이면 뽕나무 잎과 참나물, 민들레, 머위 등 자연 먹거리들을 직접 수확해 나물 반찬을 해 먹었던 기억도 나요. 매시간이 정말 모두 귀중했어요. 하지만 무릎과 허리가 많이 아프신 할머니, 할아버지 두 분께서 해마다 이렇게 고생하신다고 생각하니 마음도 아프고 걱정도 많이 돼요. 시골 생활 중 할아버지와 함께 비료 포대에 그림을 그려서 직접 연을 만들고 밭에서 날려본 추억은 평생 기억에 남을 거예요. 제가 만든 연이 하늘로 날아올랐을 땐 제 마음도 함께 하늘 높이 떠올랐어요. 제 뒤에서 웅장한 산이 든든히 저를 지켜주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온라인 개학이 시작되고 학원도 하나둘씩 열기 시작하면서 시골을 떠나 대전으로 돌아와야 했을 땐 정말 아쉬웠어요.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주시고 항상 저를 사랑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제가 시골에서 본 모든 식물은 뿌리가 있었어요. 뿌리는 땅에서 물을 빨아들여 줄기로 전달하고 식물을 지지해 줘요.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바로 저의 뿌리세요. 넘치는 사랑으로 제게 필요한 마음의 양분을 주시고, 제가 세상의 바람에 흔들려 넘어지지 않도록 저를 지지해 주세요. 두 분 덕분에 제가 이렇게 행복하게 자랄 수 있었나 봐요.
할머니, 할아버지 개나리의 꽃말이 무엇인지 아세요? 바로 ‘나의 사랑은 당신보다 깊습니다’래요. 할머니, 할아버지께 개나리를 드리며 두 분께서 제게 주신 사랑보다 더 깊은 사랑을 표현하고 싶어요. 하얀 곱슬머리의 할머니와 허리 숙인 할아버지의 가슴에 샛노란 개나리 한 송이씩 꽂아 드리며 제 마음을 전달하고 싶어요.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적적하고 외롭지 않으시도록 더 자주 찾아뵙고 안아드릴게요. 사랑으로 가득하고 따뜻하신 두 분께서 제 할머니, 할아버지라는 사실이 너무 기뻐요. 무엇보다 아빠를 낳아주시고 멋지게 키워 주셔서 참 감사해요. 앞으로도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감사하고 정말 사랑해요.
사랑하는 손녀 지은 올림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
관련문의:1588-1940 www.childfund.or.kr
주요뉴스
시리즈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