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이종덕 성남아트센터 사장님 돌아가신 거 아니?”
지난해 말 평소 이모처럼 따르는 이영희 경성대 무용과 교수로부터 사장님의 부고를 전해 들었다. 사장님이 돌아가신 게 그해 9월이니 3개월여 지나서야 비보를 접한 것이다.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성남아트센터를 떠난 지 벌써 9년이 흘렀지만, 사장님은 여전히 나의 우상이었다. 사장님에게서 받았던 넥타이를 꺼내보았다. 색동옷처럼 고운 색의 실타래가 촘촘히 짜여 있어 은은하고 오묘한 색감을 내는 넥타이를 보니 내 눈은 어느새 뜨거워졌다.
2006년 3월 사장님을 처음 만난 때가 기억났다. 면접을 위해 방문한 성남아트센터 대표 집무실에서 본 사장님은 마치 후광이 비치는 듯했다.
“너, 뭐 해봤어?”
“서울국제무용콩쿠르 등에서 일했습니다.”
사장님은 몇 분간의 인터뷰 끝에 나를 채용하셨다. 어느 날 업무 중 사무실로 전화가 왔다. 사장님이었다.
“저녁에 바빠?”
“아…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예술감독을 했던 뮤지컬 ‘라디오스타’ 시사회에 함께 가자고 하셨다. 오후 7시에 시작하는 행사에 가기 위해서는 조금 서둘러야 했다. 근무 시간이 오후 6시까지였으니 그때 출발하면 제시간에 도착하기 힘들었다. 그런데도 사장님은 퇴근 시간까지 기다리셨고, 조수석에 나를 태운 채 직접 운전해 예술의전당까지 가셨다.
시사회가 열린 토월극장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사장님께 사람들이 몰렸다. 사장님이 불편하실 거 같아 몇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사장님은 나의 팔목을 잡으시며 “붙어 있어. 너도 크려면 얼굴을 많이 알려야 돼”라고 하셨다. 시사회를 관람한 뒤 그길로 성남시의 한 식당으로 가 수육을 안주 삼아 소주를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때 동료였던 이의신 서울사이버대 교수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 의신아. 내가 오늘 정혁이 운전해줘, 공연 보여줘, 이제 밥까지 사고 있다”며 소탈하게 웃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마지막으로 뵈었을 때는 2년 전 초봄이었다. 사장님이 계시는 단국대 연구실에 음료수 한 상자를 들고 갔더니 “야, 고맙다. 예전에는 비서가 해줘서 몰랐는데 이런 거 사오면 요즘엔 고마워”라고 하셨다. 한동안 옛이야기로 담소를 나누다 사장님은 선약이 있다며 일어나셨다. 마침 나와 약속장소가 가까워 함께 서울 강남까지 이동하며 여러 얘기를 나눴는데, 이 말씀이 유독 가슴에 남는다. “그동안 열심히 일한다고 했는데, 돌아보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했더라고. 조직이 나에게 원하는 역할은 다를 수 있는데. 그래서 요즘은 말을 좀 아껴.”
예전 성남아트센터 사장님 집무실에는 이런 시가 있었다.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 너의 앉은 그 자리가 / 바로 꽃자리니라’ (구상의 ‘꽃자리’) 유독 많은 정을 베풀어주셨던 사장님. 영원한 나의 보스다.
박정혁 전 부산국제무용제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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