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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고민

예전에는 사람들 전화번호를 한 번 들으면 바로 외울 수 있었고, 기억력 참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애들을 다 키우고 나니, 요즘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 같네요. 외출하러 나가는 길이면 지갑을 어디에 뒀는지 찾기도 하고, 뭘 사러 갔다 오면 꼭 하나씩 빠뜨립니다.

아직 젊은 나이라고 생각했는데 벌써 치매가 온 것이 아닌지 걱정도 되고요. 두뇌 개발을 위해서 책을 펼쳐 들었는데 눈에 잘 들어오지 않으니 답답한 마음만 커집니다. 치매가 온 것 같아 불안하고, 갑자기 외모까지 늙은 것 같아서 여러모로 자신감이 떨어집니다.

A : 평소 두뇌 개발하면 노화 늦춰…긴 글 읽는 연습도 도움
하주원 원장   연세숲정신건강의학과
하주원 원장 연세숲정신건강의학과
▶▶ 솔루션


기억은 사람의 뇌가 하는 여러 일 중 한 가지일 뿐입니다. 기억력이 다른 능력에 비해서 빨리 노화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마치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처럼 느낄 필요는 없겠지요. 정보를 통합해서 판단하는 능력이나 창의력 같은 경우 오히려 중년에 더 발달해서 좋은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억력이 떨어졌다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은 아닙니다.

달라진 기억력을 인정하는 것이 조금은 필요합니다. 절망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예전엔 기억력이 좋았다며 거기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저도 의과대를 유급 없이 졸업하고, 계좌번호를 한 번 들으면 외우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시절은 지나갔습니다. 지금은 메모하지 않고 장을 보면 꼭 빠뜨리는 게 있으므로 늘 살 것을 적어갑니다. 꼭 종이가 아니어도 휴대전화의 메모장도 좋습니다.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으니, 습관을 바꿀 생각을 해야 합니다.

다행히 기억력 변화에 대한 자기 인식이 있다는 것은 치매가 아니라 ‘양성 건망증’이라는 것입니다. 지하철을 잘못 탈 수는 있지만, 내가 혹시 잘못 타지 않았을지 걱정돼 다음 역을 확인해보고, 혹시 잘못 탔을 경우 바로 내릴 수 있다면 다행입니다.

그러나 ‘내가 여기를 늘 다녔는데 잘못 탈 리가 있겠어?’라면서 확인도 해보지 않는 것이 더 문제입니다. 나중에 멀리 가서야 잘못 탔다는 것을 알게 되면 생활에 지장이 많이 생기고 자신감도 떨어집니다.

평소 두뇌 개발을 위해 단련한다면 비록 젊은 시절로 돌아가지는 못해도 노화를 늦출 수 있습니다. 평소 책을 읽지 않고 짧은 글이나 영상만 보다가 갑자기 긴 글을 읽으려고 하면 안 읽히는 것이 당연합니다.

학령기 자녀들에게만 책을 읽히지 말고 스스로 가끔씩 긴 글을 읽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우리의 삶이 생각보다 길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중년에도 계속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하주원 원장 연세숲정신건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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