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용 산업부 차장

영국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에 이어 미국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이사회 의장이 우주여행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과정은 ‘기업가정신’의 살아 있는 교과서다. 뒤질세라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도 오는 9월 민간인 4명을 우주로 보낼 계획이다. 머스크 CEO는 브랜슨 회장이 우주로 날아가던 당일 새벽 3시 맨발로 숙소를 찾아 격려하며 선의의 경쟁까지 과시했다. 브랜슨 회장은 우주 비행에 성공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다음 세대의 꿈 꾸는 사람들이 오늘과 내일의 우주 비행사가 되도록 하고 싶다”고 밝혔다. 머스크 CEO가 왜 새벽에 찾아왔느냐는 질문엔 “우리 시계는 완전히 다르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미래를 위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시계의 흐름과 다르게 움직이며 새로운 역사를 써가는 사람들이 진정한 기업가다.

반면, 한국의 기업가정신 현주소는 초라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37개국을 대상으로 2019년 기업가정신 지수를 산출한 결과, 한국은 27위였다. 기업 활력(27위), 기업 규제 등 경제 제도(27위), 재산권 보호 등 법의 지배(21위) 등 세부 항목이 바닥 수준이다. 돌아보면 최근 수년간 한국 기업이 세상의 주목을 받는 사업을 추진한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없다. 네이버와 쿠팡 같은 젊은 정보기술(IT) 기업도 벌써 ‘공룡’이란 딱지가 붙어 민주노총의 공격을 받는 상황이다. 이러니 기업가의 원대한 목표에 자극받아야 할 미래 세대도 꿈을 꾸지 않는다. 지난 2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중학생을 상대로 희망 직업을 조사했는데 교사, 의사, 경찰관, 군인, 운동선수, 공무원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한때 기업가정신은 한국의 자랑이었다. 그러나 꿈을 잃은 우리에겐 정말 남의 나라 꿈 같은 이야기다.

영국의 경제학자 에이먼 버틀러 박사는 저서 ‘기업가정신 개론’에서 미국의 충만한 기업가정신을 칭찬하며 자본에 대한 접근성, 개인과 경제의 자유, 상대적으로 가벼운 기업의 세금 및 규제 부담 등을 배경으로 꼽았다. 한국은 여기에 반기업 정서라는 문제가 하나 더 숨어 있다. 지난 3월 한국경영자총협회의 ‘반기업 정서 기업 인식조사’에선 반기업 정서가 ‘존재한다’고 답한 기업이 93.6%에 달했다. 반기업 정서는 버틀러 박사가 말한 개인·경제의 자유와 정면으로 대치되는 것이다. 기업·기업인에 대한 과도한 세금과 규제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반성해야 한다. 한국의 기업가와 젊은 세대가 꿈을 꾸지 않는 것이 문 정부의 탓만은 아니겠지만, 결정적 쐐기를 박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의 5년은 반기업 정서 조장의 연속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늘 누군가를 표적 삼아 소득주도성장 같은 엉터리 경제 정책의 정당성을 뒷받침해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집주인과 세입자, 강남과 비강남, 서울과 지방 등 끊임없는 갈라치기가 문 정부의 특기였다. 여전히 문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일부 차기 대선 주자들도 반기업 공약을 쏟아내느라 정신이 없어 보인다. 대한민국에서 기업가정신을 뿌리 뽑으려고 작정한 사람들 같다.
김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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