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法 “범행에 본질적 기여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 존재했다” 판시
지난 대선서 ‘킹크랩’ 시연 참석
댓글조작 승인하고 주도적 지시
靑 침통해하며 “입장 따로 없다”
與 “판결은 존중… 납득 어려워”
야권주자들 “대통령, 사과해야”
대법원이 21일 김경수 경남지사의 댓글 조작 혐의에 대한 유죄를 확정 지은 결정적 이유는 일명 ‘드루킹’ 김동원 씨 일당의 자동화 프로그램 ‘킹크랩’ 사용 사실을 알고도 지난 2017년 19대 대선 기간 여론 조작을 보고받은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핵심 쟁점이 됐던 2016년 11월 9일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의 파주 사무실을 찾아가 킹크랩 시연을 직접 봤는지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특검의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지난 대선 국면에서 여권에 유리한 방향의 댓글 조작 행위의 정점에 김 지사가 있었고, 각종 지시를 주도적으로 했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또 김 지사가 당시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위해 댓글 조작에 나선 것이 인정되면서 김 지사가 이런 사실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는지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이동원)는 이날 댓글을 이용한 불법 여론조작 혐의로 기소된 김 지사에게 징역 2년을 확정하면서 “피고인에게 위 범행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존재했다”고 판시했다. 김 지사가 킹크랩의 존재를 알았고, 김 씨 측과 댓글 조작을 공모한 공범으로 판단한 것이다. 김 지사 측은 선고 직후 “형사사법의 역사에 오점으로 남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하게 된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1심과 2심 재판 과정에서 댓글 조작을 인지하지 못했고, 단지 김 씨가 ‘선플 활동’을 하고 있는 줄 알았다고 반박했다. 킹크랩 존재 여부에 대해선 드루킹 일당이 어떠한 보고도 하지 않아 몰랐다고 했다. 그러나 1심과 2심은 물론, 대법원에서도 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가장 논란이 됐던 2016년 11월 9일 드루킹 일당의 파주 산채(느릅나무 출판사)에서 킹크랩 시연을 봤는가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 줬다. 김 씨 등은 이날 김 지사를 초청해 시연용 3개의 ID를 만들어 킹크랩에 대해 설명하고, 직접 작동을 하는 등 시연을 했다고 특검에 진술한 바 있다. 다만 대법원은 1·2심에서 유무죄 판단이 갈린 김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확정했다.
야당과 법조계 일각에선 ‘친문(친문재인) 적자’로 불리는 김 지사가 여론 조작 공범이란 것이 드러나면서 문 대통령과의 연관성도 파헤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청와대의 입장은 따로 없다”고만 밝혔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판결을 존중하지만, 납득하기는 어려운 판결이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야당은 문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했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오늘의 선고는 문 대통령의 정통성에 큰 흠집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현 정권의 근본적 정통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 사법부 판결로 확인된 것”이라고 밝혔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여론 조작은 자유민주주의의 최대 위협”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대통령이 최측근의 헌법파괴행위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규태·송정은·서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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