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천심(天心)인 민심(民心)에 따라 운영되는 ‘여론정치’다. 여론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진정한 주권자다.(제임스 매디슨) 따라서 공론장을 오염시켜 국민의 의사를 왜곡하는 여론조작이나 흑색선전 등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허무는 중대 범죄다.
이 점에서 ‘공직 유관단체’인 경기도 교통연수원의 사무처장 진모 씨가 SNS 대화방에서 이낙연 후보를 조직적으로 비방한 것은 심각한 사안이다. 진 씨는 텔레그램에 ‘이재명 SNS봉사팀’이라는 채팅방을 운영하면서 이낙연 후보를 ‘친일파’ ‘기레기’ 등으로 비난했다.
또한, 진 씨는 대화방에서 공유된 각종 게시물을 ‘대응 자료’라고 했고, “(이낙연 후보를) 총공격해 달라”며 조직적 대응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남겼다. 단독 범행이 아니라 ‘대응 자료’를 만든 배후 공범이 있을 수 있고, 채팅방 50여 회원이 공동정범이라는 유력한 증거다. 댓글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만 없을 뿐 21일 대법원이 유죄 확정한 김경수 경남지사와 드루킹 일당의 불법 여론조작과 사실상 동일하다.
경기도 교통연수원은 사단법인 형태지만, 경기도 조례를 통해 설치·운영되는 교통안전 교육 및 운수종사자 연수기관으로, 경기도의 예산 지원과 행정 감사를 받는다. 사무처장은 경기도지사가 임명해 연 8000만 원 이상의 급여를 받는 자리다. 따라서 이 문제는 이 지사의 주장처럼 ‘단순 내부 지침’에 어긋날 뿐 ‘선거법 위반’은 아니라는 아전인수(我田引水)격 해석으로 어물쩍 넘어가선 결코 안 된다. 선거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선거관리위원회의 철저한 법리 검토에 의한 유권해석이 꼭 필요하다.
이 지사는 이 사건에 대해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한 일”이라며 “징계하고 직위해제를 하는 게 나로서는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강변한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궤변이다. 이 지사의 성남시장 시절 프로축구팀인 성남FC 홍보팀에서 근무했으며,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캠프 SNS팀장까지 한 사람을 어떻게 전혀 모를 수 있는가. 이미 SNS상에 진 씨가 이 지사와 같이 찍은 사진들이 돌고 있지 않은가. 지금이라도 이 지사는 진 씨와 어떤 관계인지, 진 씨의 여론조작 사건을 언제,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진실되게 구체적으로 해명해야 한다. 선관위와 검찰도 진 씨의 선거법 위반 여부 수사는 물론 배후 세력까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이번 대선은 코로나19 여파로 대면(對面) 선거운동이 제한되고, 언택트 운동을 할 수밖에 없는 선거다. 그만큼 여론조작이나 흑색선전이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다. 아직 본격 레이스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 지경이면 앞으로 대선까지 무슨 일이 있겠는가. ‘원팀’이라는 당내 경선이 이렇게 이전투구로 혼탁해지면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이 총력전을 펼치는 본선은 과연 어떠하겠는가.
선관위와 검찰은 ‘제2의 드루킹 공작’을 막기 위해 철저한 초동수사와 ‘무관용의 원칙’에 의한 강력한 처벌을 통해 민주주의의 적들을 뿌리 뽑아야 한다. 그리하여 민주체제의 기반을 흔드는 선거 부정이 다시는 뿌리를 내리지 못하도록 ‘역사의 전범(典範)’을 세워야 한다. ‘제2의 드루킹’들에 대한 발본색원이야말로 공론장 오염을 막고 민주주의를 살리는 절체절명의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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