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해역에서 해적 퇴치 임무를 수행 중이던 청해부대 34진이 방역 실패라는 내부 문제로 문무대왕함을 버리고 퇴각한, 대한민국 해군사에 치욕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고립된 환경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고생했을 장병 247명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 이번 사건은 국가 상층부가 코로나19 확산 비상사태를 맞아 체계적인 준비와 계획도 없이 얼마나 임기응변 식으로 허둥대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각종 사건사고로 휘청거리는 군 지휘부는 위기관리 실패라는 책임도 떠안게 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군의 기강(紀綱) 해이가 위험수위를 넘어섰고, 불안한 국민이 군을 걱정할 정도로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2019년 6월 삼척항 목선 귀순에서부터 올해 2월 동해안 오리발 귀순까지 중요한 경계 실패 사건만 7건이나 된다. 지난해 4월 조종사들이 비상대기실에서 술판을 벌인 것에서부터 휴가복귀 장병에 대한 부실급식 문제, 공군 여중사 성추행 사망 사건, 국방부 장성 성추행 사건 등 기강 해이 사건도 수시로 발생했다. 국민 보호도 제대로 못 하는 군대로 전락한 느낌이다.
이번 사건은 합참의장 등 군 지휘부가 파견 장병들을 내 자식이자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조금만 배려했더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일단 파병하면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는 장병들을 잘 보살피겠다는 작은 정성만 있었어도 막을 수 있었다. 백신의 반출과 관리에 문제가 있어서 300명밖에 안 되는 장병에게 접종을 못 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정부가 확보한 백신을 우선적으로 의료장비와 함께 보낼 수 있었고, 한빛부대·아크부대처럼 인근 미군기지에서 접종할 수도 있었다. 무사안일, 책임 회피, 상급기관 눈치 보기 등 고질적인 병폐가 오늘의 참사를 초래했다.
차제에 군이 북한의 생화학무기에 얼마나 준비돼 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생화학무기는 가난한 자의 핵무기로 불릴 만큼 그 위력이 대단하다. 코로나19는 순도가 약한 세균무기라고 할 수 있는데, 국방백서에도 북한은 탄저균·페스트·천연두 등 13종의 세균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나와 있다. 지난해 1월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 한반도안보 청문회에 출석한 존 루드 국방부 정책차관은 북한 군사력을 설명하면서 북의 생화학무기가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경항모·킬체인·인공위성 등 현란한 이름의 첨단무기보다 북한이 손에 쥐고 있는 핵·화학·세균무기와 같은 이른바 비대칭무기에 대한 기본적인 대비책이 훨씬 시급하다. 유사시 우리 장병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호복이나 예방접종, 대피훈련 등 최소한의 기본적인 능력부터 갖춰야 하는 것 아닌가?
파견 장병의 백신 접종에 실패한 것은 물론 장병 후송 작전명까지 공개하며 홍보한 책임을 지고 국방장관은 용퇴해야 한다. 군의 최고 지휘부가 거취를 분명히 하는 용단을 내려 군기(軍紀)를 바로잡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질병관리청도 책임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파견 장병 방역 문제를 국방부와 구두 협의로 끝낼 게 아니라 백신 접종을 강하게 요구했어야 했다. K-방역 성공의 주역이라며 ‘본부’에서 ‘청(廳)’으로 승격한 이후 질병관리청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정치권에 휘둘려 국민 보건을 위태롭게 한다는 의심을 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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