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같은 나무인 줄 알았어│김선남 지음│그림책공작소

그림책의 독자 폭이 넓어지면서 책을 소개할 때 여러 수식어를 붙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림책다운 그림책이면 다른 말을 붙일 필요가 없어진다. 그림이 아름다워도 뒷받침되는 서사의 플롯이 약하면 책이 아니라 화집같이 느껴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아무리 무엇을 위한 그림책이라는 설명을 보태도 독자 입장에서는 읽을 매력이 떨어진다. 또 글의 욕심이 과하면 그림이 열심히 어떻게 해보려고 애써도 그림책이 되기 어렵다. 그림책이 ‘그림’책인 것은 이유가 있다. 글을 잘 쓴다고 그림책의 글을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림의 서사 주도권을 확실히 이해하는 사람만이 그림책의 글을 쓸 수 있다.

‘다 같은 나무인 줄 알았어’는 덧붙일 말이 필요하지 않은 논픽션 그림책이다. 누가 읽어도 괜찮고 언제 읽어도 그때의 마음에 따라 닿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이 책에는 이른 봄부터 한겨울까지, 사계절이 아니라 일곱 계절이 나온다. 벚나무 계절, 은행나무 계절, 느티나무 계절, 참나무 계절, 계수나무 계절, 감나무 계절, 구상나무 계절이다. “우리 동네엔 나무가 참 많아”로 시작해서 “다 같은 나무인 줄 알았어”라는 문장을 사이사이 되풀이하고 다시 “우리 동네엔 나무가 참 많아”로 처음의 문장으로 끝낸다. 하지만 책을 덮는 마음은 첫 장의 그 마음이 아니다. 책을 읽기 전에 표지를 넓게 펼치면 숲과 길이 나오는데 이 그림을 보고 “나무들이네”라고 말하던 독자는 책을 읽고 나서 그렇게 말하는 것에 부족함을 느낄 것이다. 세계의 다양성을 말하는 그림책이 어디 한두 권이냐고 묻는다면 이 책은 그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에서 나아가 다른 것을 하나로 보는 무딘 눈에 대한 이야기라고 대답하고 싶다. 이 책의 “알았어”라는 반복적 술어의 실제 의미는 그동안 몰랐다는 고백이며 나무가 중심에 있고 사람은 다람쥐나 홍시보다도 아주 작고 희미하게 표현돼 있는 이미지는 오만하고 편협한 인식에 대한 반성의 표현이다. 그 작은 사람들은 또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보라색의 옷을 입고 다 다른 삶을 살고 있다.

가을날 다른 나무들에 단풍이 질 때, 노랗게 물든 계수나무에서 솜사탕 향기가 난다는 것을 이 그림책을 읽고 알았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심장 박동이 느긋해진다. 구상나무 장면은 그림책의 호흡을 잘 살린 매우 적절한 순간에 등장한다. 딱 한 가지, 좋은 뜻이 담겼더라도, 작가의 말이 없었더라면 더 그림책다웠을 것이라는 점이 아쉽다. 48쪽, 1만6000원.

김지은 서울예대 교수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