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종 논설위원

브라질 나비의 날갯짓이 대기에 영향을 주고 증폭돼 미국을 강타하는 토네이도와 같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나비효과’라고 한다. 미국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가 1961년 기상관측을 하다가 생각해 낸 이론이다. 정치 영역에서도 나비효과는 입증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21일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데는 허익범 특검의 역할이 있지만, 특검을 9일간의 단식으로 관철시킨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없었다면 묻혔을 것이다.

지난 2018년 1월 유튜브에서 네이버의 댓글이 조작되는 것 같다는 고발이 있었고, 친여 방송인 김어준 씨가 이를 공론화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인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공개 석상에서 문제를 제기했고, 당 차원에서 수사를 촉구했다. 네이버가 경찰에 고발하고 반정부 댓글 부대가 있을 것이라는 추정에 따라 경찰은 강도 높은 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추측과는 달리 드루킹 김동원 씨가 민주당 권리당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수사 강도는 약해지기 시작했다. 이에 김 전 원내대표는 특검 도입을 위한 대여 투쟁을 주도했지만 4·27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고 6·13 지방선거전이 시작되면서 민주당은 특검 도입을 완강하게 막았다.

그러자 김 전 원내대표는 5월 3일 전격적으로 국회 본관 앞에서 텐트를 치고 홀로 노숙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단식 농성 과정에서 30대 남성으로부터 얼굴 등을 가격당하는 폭행을 당하기도 했고, 일부에서는 소금을 섭취한 것을 두고 ‘우유를 마시며 단식 쇼를 한다’며 사실을 왜곡해 공격하기도 했다. 누군가는 단식 장소 앞에 카메라를 설치했고, 농성장으로 피자를 보내기도 했다. 단식 9일 만에 김 전 원내대표는 건강이 악화했고, 그 사이 새로 여당 원내대표가 된 홍영표 의원이 드루킹 특검법에 찬성하게 된다.

김 전 원내대표의 ‘날갯짓’이 김 전 지사 구속이라는 ‘태풍’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러나 김 전 원내대표는 이후 자녀의 KT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져 고초를 겪은 데다 단식 후유증이 여전하다. 과격한 투쟁이 비판받을 때도 있지만, 야당이 선명성을 잃으면 들러리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국민의힘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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