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회경 경제부 부장

제로페이는 비교적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중소 상공인의 카드 결제 수수료 부담을 줄여준다는 대의명분에서 시작된 데다 이후 지역사랑 상품권, 온누리 상품권 등 공공 상품권을 10% 이상 할인 가격으로 사실상 독점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 입장에선 제로페이를 통해 공공 상품권 등을 구입할 경우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어 좋다. 그래서 각종 재난지원금을 받는다고 하면 이왕이면 제로페이를 통해 받고자 하는 사람이 상당하다. 더욱이 사회적 약자를 위해 좋은 일을 한다는 데 반대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흐뭇한 심정으로 제로페이의 활동상을 지켜볼 듯하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도 제로페이는 나쁘지 않다. 복지에 방점을 두고 있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비용까지 고려할 경우 제로페이는 효과가 제로 이하다. 이런 부분은 잘 드러나 있지 않다. 정부나 지자체 입장에선 은폐까지는 아니겠지만 일부러 부각시킬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자칫 제로페이의 좋은 이미지가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제로페이 운영은 한국간편결제진흥원이 맡고 있다. 한결원은 중기벤처기업부 등록 재단법인이다. 제로페이를 만든 것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지만 관치금융 여론이 워낙 거세다 보니 정부는 민간 이양 명목으로 2019년 11월 제로페이 운영 전담 단체를 설립시켰다. 제로페이 플랫폼 운영은 금융결제원이 대행하고 있다. 한결원이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최근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을 포함한 21개 금융회사가 2019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9분기 동안 제로페이 사업에서 45억9000만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맹점 수수료 수익(직불 결제 수익)과 상품권 수익을 합한 뒤 금결원 회비(플랫폼 운영 비용)와 상품권 유통 관련 출연금을 뺀 것을 합한 금액이다. 제로페이의 선한 이미지는 민간 금융회사를 포함한 금융권의 희생 위에 구축된 것이다. 한결원의 현 사업구조를 보면 본업인 직불 결제 비중은 극히 낮은 편이다. 지난해 결제액 기준으로 한결원 내 직불 결제 비중은 15%인 데 반해 공공 상품권 유통 비중은 85%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중소 상공인의 카드 결제 수수료 부담을 줄여준다는 당초 명분에서 벗어나 공공 상품권 유통 플랫폼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바꾼 셈이다. 이 역시 문제점이 적지 않다. 제로페이를 통해 공공 상품권이 판매되면 판매될수록 세금이 늘어나는 구조다.

정부나 지자체에선 10% 이상 할인해주기 위해 별도 예산을 잡아야 하고 관련 마케팅 비용도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 올해도 서울시와 중기부 2곳에만 190억 원의 관련 예산이 책정됐다. 더욱이 정부 여당은 제로페이 인지도가 높아지자 한결원의 법정 단체화를 추진하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공 상품권 유통만 빼면 제로페이의 모든 존재 이유는 사라진다”며 “왜 제로페이라는 특정 간편결제 수단에 공공 상품권을 얹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지급 결제 시장이 이미 활성화된 상태에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한 것 자체가 문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제로페이 운영과 홍보에 세금을 낭비하는 일을 멈춰야 한다.
유회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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