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주자 인터뷰 - 이낙연 前 민주당 대표
대선은 미래를 선택하는 투표…후보 비전이 승부처
기본소득은 용돈 수준…소득격차 완화에 도움 안돼
윤석열·최재형 법조인 한계…현안에 대해 준비 부족
성장은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 하는 것…규제 풀어야
[유병권 정치부장]
―7말8초 이재명 경기지사를 지지율에서 역전하는 ‘골든 크로스’를 예언했는데 성공했다고 보나.
“예비 경선에서 TV토론, 국민 면접, 정책언팩쇼를 통해 국민이 후보자들을 동시에 비교하며 장시간 관찰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몰랐던 후보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됐다. 이런 것들이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진 것 같다.”
―이 지사는 호남 출신 이 전 대표의 확장성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국민 사이에서 지역 구도가 많이 엷어지고 의식도 안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왜 정치인들만 의식하는지 의아함이 있다. 지역 구도가 남아있다고 하더라도 그 문제를 떠오르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정치권이 먼저 말을 꺼내는 게 옳지 않다. 국민이 저를 출신 지역에 가둬 놓고 보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특히 젊은층에게 그런 얘기를 하면 우스운 사람이 된다.”
―이 지사의 ‘백제 발언’을 놓고 지역주의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 사이에서도 조심스러워하고 시대착오적이라고 얘기하는데, 정치권이 그 얘기를 꺼내는 건 국민에게 미안한 일이다.”
“서로 상처를 줄 만한 부분은 자제해야 한다. 내년 대선 박빙의 승부가 된다고 한다면 우리 내부가 최대한 단합해야 한다. 여기서 이탈이 생기면 굉장한 짐이 될 것이다. 그런 생각을 모두가 해야 한다.”
―이 지사의 공격이 민주당의 ‘원 팀’ 정신을 깨뜨린다고 생각하는 건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만한 주제들이 있다. 그런 부분은 극도로 자제해야 한다. 우리 내부의 오래된 상처들을 절대로 덧나게 해서는 안 된다. 지역 문제도 그중 하나다. 우리 캠프부터 자제를 요청할까 싶다.”
―이 지사의 ‘기본소득’을 용돈 수준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기본 소득에 대해 가장 압축적으로 정리했다고 생각한다. ‘부자에게는 필요 없는 돈, 가난한 사람에게는 부족한 돈을 주자는 것인데 국가적으로는 너무 많은 돈이 들어간다’고 했다. 소득 격차 완화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이 전 대표와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의 동반화 현상이 강하다. 당 경선에선 자산이지만 대선 본선에선 위험한 투자일 수 있다.
“문 대통령과 동조화 현상이 유리하건, 불리하건 그건 운명이다. 2년 7개월 13일을 같이 했으니 유리하다고 좇고 불리하다고 피할 수 없는 처지다. 역사는 발전하고 시대는 변화하는 거니까 정책에서 포지티브 차별화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 정부에서 청와대 사회수석을 맡았던 김연명 교수에게 ‘복지정책 틀을 만들 때 못 했던 게 뭐냐’고 물었다. 그래서 나온 게 신복지다. 차별화를 위해 ‘헐뜯기 차별화’를 하는 게 아니라 더 나아지기 위한 차별화를 해야 한다.”
―야권은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고 있다.
“대통령 임기 내 치러지는 선거, 특히 국회의원 선거는 회고 투표라고 한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는 미래를 보는 전망 투표다. 2002년 예를 보면 김대중 정부 당시 6월 지방 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했고, 8월 국회의원 보궐 선거는 전멸했다. 오죽했으면 여당에서 대선 후보 교체론이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 그해 12월 대선에선 노무현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이겼다. 그 이유가 뭐냐. 미래 비전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미래 비전과 후보의 전인격에 대한 평가가 이뤄질 거라고 본다.”
―현 정권에 몸담았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대선에 뛰어들었다.
“공교롭게도 한 분은 평생 검사, 한 분은 평생 판사였다. 검사나 판사는 과거의 유무죄에 대한 판단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대통령은 미래를 준비하고 갈등을 해소하는 대단히 정치적인 직업이다. 그 점에서 평생 법조인으로 사셨던, 더구나 검사와 판사로 살았던 경험의 한계가 이미 드러나고 있다. 하나는 현안에 대한 준비 부족이다. 또 하나는 굉장히 오래된 낡은 잣대로 세상을 재고 있다. 두 분이 쓰는 용어가 굉장히 구시대적이다. 그분들은 성안에서 지낸 분들이라 그런지 옛날 사고방식이 많이 남아있는 것 같다. 지평과 지평선은 다른 것이다. 아무리 일이 재밌어도 일주일에 120시간은 못 한다.(웃음)”
―윤 전 총장을 ‘스타일이 남다르다’고 평가한 적이 있다. 어떤 점을 보고 그렇게 느꼈나.
“‘아주 가까운 사람들과 울타리 쳐서 지내는 걸 즐기는 편인가’ 싶었다. 윤 전 총장이 임명장을 받고 총리실에 인사 온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이었다. 총리 집무실에 들어오면서 ‘총리님 저 왔습니다’라고 하더라. 처음 보는 사이인데. 좋게 보면 친화력을 발휘하는 분인데, 나쁘게 보면 끼리끼리 의식 같은 게 있는 분일까 싶었다. 또 윤 전 총장은 양복 상의 단추를 안 잠그는데, 나는 항상 잠그고 다닌다. 보좌관한테도 항상 상의 단추를 잠그라고 얘기한다.”
―최재형 전 원장과는 인연이 있나.
“최 전 원장과 식사를 한 번 했는데 굉장히 조용한 분으로 기억한다. 그 뒤로 원전 문제를 다루는 걸 보니 굉장히 보수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금년 초 최 전 원장의 출마가 언론에 보도되기 전에 지인 한 분으로부터 최 전 원장에 대한 얘기를 듣고 놀랐다. ‘그분이 (대선에) 나올 것이다’라는 정도가 아니라 ‘그분이 (대통령이) 될 것이다’라는 식이었다.”
―5대 성장론을 제시했지만 기업들은 국내 투자를 꺼리고 있다.
“성장은 정부가 하는 게 아니다. 기업이 하는 것이다. 총리를 오래 했지만 아쉬웠던 점은 기업들의 기공식, 준공식 초청이 너무 적었다. 지금의 기업은 기획하는 주체라는 의미의 기업(企業)인데, 업을 일으키는 의미의 일어날 기(起)를 쓰는 기업(起業)이 빈번해졌으면 좋겠다. 기업(起業)은 창업을 뜻한다. 대통령이 된다면 기업의 기공식, 준공식이 많아져서 ‘이 많은 걸 어떻게 다니지’하며 고민하는 상황이 왔으면 좋겠다.”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조건을 만들어 줘야 하지 않나.
“우리 노동 문화가 어떤 경우에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게 하는 게 필요하다. 법은 엄격하게 해야 한다. 기업인들은 기업가 정신으로 기업을 일으키고 노동자와 함께 가려고 노력해야 하고, 노동자들도 이제는 책임감을 가지고 현안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창업이 용이하게 규제는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
정리=윤명진 기자 jinie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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