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中 고위급회담서 공방

“중국특색사회주의 비난말라”
“보복관세·과학기술 봉쇄말라”
“영토보전 노력 간섭하지말라”

美 “어려운 주제 피하지 않겠다”
인권문제제기 등 압박 지속의지


26일 방중한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을 만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미국이 일방적으로 만든 국제규범을 왜 중국이 지켜야 하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제재 및 규제 철폐 등 3대 대미 요구안을 내놓았다. 같은 날 셰펑(謝鋒)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요구사안’과 ‘관심사안’을 담은 2개의 리스트를 셔먼 부장관에게 전달한 데 이어, 왕 부장도 요구사항을 조목조목 언급하면서 대미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다. 이에 미국 역시 북핵 문제부터 인권 탄압까지 “어려운 주제를 피하지 않겠다”고 밝혀 4개월 만에 열린 2차 고위급 회담인 ‘톈진(天津) 회담’ 이후에도 양국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가 이날 공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왕 부장은 이날 셔먼 부장관이 “규칙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자 “규칙이란 게 무엇인가. 미국과 몇몇 강대국이 제정해서 강요하는 규칙을 왜 우리가 지켜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국제법적 근거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승인도 없이 중국에 독자 제재를 가한 미국이야말로 국제규범 위반국”이라고 비판했다. 또 왕 부장은 “중국의 현대화를 막고 차단하려는 미국의 대중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전제한 뒤 “미국은 잘못된 편견을 버리고, 객관적이고 정확한 대중국 인식을 통한 이성적인 대중 정책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특히 왕 부장은 △중국 특색사회주의의 방향과 제도를 전복시키려 하거나 비난하지 말라 △제재와 보복관세, 과학기술 봉쇄 등을 통해 중국의 발목을 잡거나 중단하려 해서는 안 된다 △중국의 영토보전 노력을 해쳐 국가 주권을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 등 대미 3대 요구안도 제시했다. 앞서 셰 부부장도 셔먼 부장관에게 전달한 2개의 리스트에서 △중국 개인·기관에 대한 제재 해제 △중국 유학생에 대한 비자 철폐 △공자학원과 중국 기업에 대한 탄압 중단 △미국 내 반중 감정 및 아시아인 폭력에 대한 조속한 해결 등을 촉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중국의 인권 탄압 문제를 계속 제기하겠다면서 ‘중국 때리기’를 이어가겠다는 의사를 재확인했다. 셔먼 부장관은 회동 직후 가진 AP통신 인터뷰에서 신장(新疆)·홍콩에서의 인권 탄압과 경제를 이용한 다른 국가 압박, 대만 및 남중국해 문제 등을 중국 측에 제기했다면서 “인권은 내정 문제가 아니라 중국이 서명한 유엔 인권선언에 따른 전 세계적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의 철학은 어려운 주제를 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중은 향후 협상 여지를 열어놓았다. 사키 대변인은 “기후위기와 북한·이란·미얀마를 포함한 역내 현안에 대해 중국과 협력할 부분이 있다”고 밝혔고, 중국 외교부도 미·중 관계를 ‘동주공제(同舟共濟·한 배를 탄 사람끼리 협력함)’라고 표현하면서 대화 채널을 유지할 뜻을 내비쳤다.

베이징=박준우·워싱턴=김석 특파원
박준우
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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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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