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활약 50여명으로 구성
오늘 개막공연 베토벤 등 연주
“한국 최고의 연주자들이 모인 ‘드림팀’을 이끌고 시원한 축제 같은 공연을 선보일 거예요.”
28일 개막하는 제18회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 가장 주목받는 프로그램 중 하나는 ‘평창 페스티벌 오케스트라(PFO)’ 무대다. 손열음 예술감독이 2018년 취임 후 결성한 PFO는 해외 유명 악단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연주자로 구성된 팀으로 이 음악제의 대표적 히트상품이다. 해외 오케스트라 단원 50여 명으로만 프로젝트 악단을 꾸린다는 건 한국 클래식의 실력과 위상을 증명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런 ‘국가대표급 드림팀’의 악장을 맡고 있는 연주자는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36·사진). 지난 2015년 한국인 최초로 독일 명문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종신 악장으로 임명된 그는 2019년부터 PFO를 이끌고 있다. 독일 뒤셀도르프심포니 첼로 수석 김두민, 독일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 플루트 수석 조성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클라리넷 수석 조인혁 등이 PFO가 자랑하는 단원들이다.
개막 공연을 이틀 앞둔 지난 26일 전화로 만난 이지혜는 “단원들은 올림픽에서 선전하는 선수들 못지않게 ‘한국’의 저력을 세계에 과시하는 예술가들”이라며 “테크닉과 끈기가 어우러진 ‘성실한 재능’으로 세계 클래식계의 높은 장벽을 허물었다”고 추켜세웠다.
“며칠 전 첫 리허설을 했는데 1년의 ‘공백’을 실감하지 못했어요. 만나지 못했어도 오히려 그 시간 동안 서로를 더 잘 알게 되고, 호흡도 더 좋아진 느낌…. ‘각자 자리에서 열심히 실력을 갈고닦았구나’ 싶었죠.”
PFO는 이날 저녁 개막공연에서 정치용의 지휘 아래 베토벤 교향곡 4번,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려준다. 이지혜는 “베토벤 교향곡 4번은 대중 공연에서 쉽게 듣기 힘든 곡일 뿐 아니라 베토벤의 작품 중에서는 드물게 밝고 상쾌한 분위기를 품고 있다”며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기지만 희망찬 ‘오프닝’으로 위로를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또 “브람스 협주곡은 감정과 음정의 진폭이 커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는’ 곡”이라며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로 성장한 클라라 주미 강이 협연자로 무대에 오른다”고 설명했다.
이지혜는 오는 31일 한 차례 관객과 만난 뒤 독일로 돌아간다. “평창대관령음악제가 ‘축제’라면, 바이에른 교향악단은 ‘직장’이죠. 악장을 맡은 이후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가 반드시 ‘좋은 악장’이 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단원들과 소통하며 ‘일상의 하모니’를 잘 만들어야 훌륭한 무대를 꾸밀 수 있더라고요. 평창에서 얻은 기운을 품고 ‘직장’에서 다시 실력 발휘를 해야죠(웃음).”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