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라는 울타리를 그늘 삼아 매일 청계천을 달리는 저에게 따뜻한 동행이 돼주는 존재, 바로 한국시각장애인마라톤 가족분들입니다. 2007년, 평범한 은행원으로 한국 메이저 마라톤대회에서 우승한 후, 큰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혼자만 잘살라고 주신 다리가 아닐 텐데….” 그런 고민 안에서 해답을 찾던 중 경쟁자와 순위 다툼을 하며 고통과 인내 속에서 갈팡질팡하던 순간이 떠올랐고, 맞은편에서 끈을 매고 달리던 시각장애인분들이 영화처럼 제 마음에 담겨버렸습니다.
그 장면을 고스란히 가슴에 담고, 한국시각장애인마라톤에 문을 두드리고 무작정 그들 삶에 흡수됐습니다. 매주 토요일 이른 아침, 남산 산책로에서 시각장애인분들과 손잡고 달린 지 15년….
지금은 한국시각장애인마라톤의 감독이라는 무게만큼, 묵직한 사랑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끈 하나로 이어진 우리는, 눈보라 속에서도 끈이 마치 생명줄이라도 되는 양 서로를 의지하며 달립니다.
한번은, 남산 내리막길을 함께 달리다 시각장애인을 지켜 드려야 하는 제가 거꾸로 고꾸라지고 말았습니다. 끈으로 서로 묶인 우리는, 제가 구르자 시각장애인분도 함께 뒤엉켜 구를 수밖에 없었지요. 죄송한 마음에 어찌할 줄 몰라 하는 저에게, 그들은 나머지 한쪽 뺨도 내어 줍니다. “감독님, 실수해도 괜찮아요. 좋은 사람이 꼭 훌륭할 필요는 없어요.” 그 말을 들은 저는, 좋은 사람으로 살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간간이 흔들릴 때도 있음을 고백합니다. 몸이 아플 때도 있고, 늦잠을 자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를 일으켜 세우는 건, 종교의 힘보다 강한 ‘사랑의 무게’인 것 같아요. 저에게 무작정 그들 몸을 맡겨 주시는 사랑에 대한, 그들 앞의 장애물을 거둬줘야 하는 책임.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 집합금지 지침이 내려오면 시각장애인분들은 그대로 ‘멈춤’입니다. 늦잠을 자고 싶던 저의 이기심도 덩달아 멈춤이 되고, 마냥 그들이 그리워집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그런 거 같아요. 잘못한 게 없는데도 미안하고, 더 잘해주지 못해 아쉬운 마음.
감기처럼, 몸을 가눌 수 없을 만큼 가슴 저리게 그리워집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고 시각장애인분들의 손을 잡을 수 있는 날, 당신들에게 제 다리를 쓰이게 해줘 고맙다고 고백할 거예요. 그리고 지금의 그리움이 마음의 빚이 되지 않도록, 두 손 꼭 잡고 달려나가겠습니다.
김영아 하나은행 안전관리섹션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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