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 독자 고민

3년을 연애해온 여자친구와 결혼한 지 한 달 정도가 됩니다. 결혼 이야기가 나오면서 함께 저희 어머니께 인사를 드렸고, 어머니가 ‘연상인데 늙어 보이지 않는다’고 농담을 하셨습니다. 상견례 자리에서 여자친구 집 형편이 어렵고, 저희 집은 전세금을 도와줄 수 있는 형편인데 여자친구가 행운이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여자친구는 저희 엄마를 만나기 싫다고 했습니다. 결혼하고 찾아가지 않자, 저희 엄마는 배신을 당했다며 전세금을 돌려달라고 하시네요. 저는 중간에서 어머니와 아내를 설득해보려고 노력했으나 잘되지 않고 스트레스가 심합니다.

A : 설득이 오히려 상황 악화시켜… 차라리 각자의 편을 드는 것이 도움
하주원 원장   연세숲정신건강의학과
하주원 원장 연세숲정신건강의학과
▶▶ 솔루션


대한민국에서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의 중재라니, 그것을 잘 해내는 남자는 1%도 되지 않을 것입니다. 누가 봐도 곤란하고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일단 인정해야 합니다.

진실을 밝혀내는 것보다 각자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이 문제가 풀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냥 ‘둘이 알아서 하라’고 말한들,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렸을 적부터 나를 키워준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 사랑해서 평생의 반려자로 선택한 인연이라는 것, 둘 다 전적으로 내 입장입니다.

고부간의 갈등은 결국 ‘질투와 영역싸움’이라는 본질을 이해해야 합니다. 어머니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남자를 다른 여자에게 뺏기는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부모의 사랑이 연인끼리의 사랑과 좀 다르다고 해도 결국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준 사랑을 돌려받기를 원합니다. 그런데 내가 돌려받을 사랑이 다른 여자에게 간 것이지요. 이런 마음인데 만약 아들이 엄마에게 그 여자의 좋은 점을 말해서 엄마를 설득시키려고 한다면 그게 과연 이 상황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까요?

남자가 문제를 만든 것은 아닙니다만, 오히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무거운 마음 때문에 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아마도 남자분은 아내에게 “엄마의 농담을 왜 이해하지 못하느냐”고 설득했을 테고, 어머니에게는 새로 들어온 아내에게 사랑과 이해를 베풀어달라고 설득했을지도 모릅니다. 안타깝게도 선의의 설득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때가 많습니다. 차라리 어머니 앞에서는 어머니 편을, 아내 앞에서는 아내 편을 드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이해하기 어렵다면 한 가지만 기억하면 됩니다. 시어머니에게 며느리를, 며느리에게 시어머니를 칭찬하는 것이 쓸모없을 때가 많습니다.

영역싸움의 중재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를 대단하거나 괜찮은 사람이라고 납득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방이 당신을 위협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안심시켜주는 것이겠지요.

하주원 원장 연세숲정신건강의학과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