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정부가 비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27일 0시부터 8월 8일 밤 12시까지 3단계로 올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에게 인내를 당부했지만, 델타변이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4차 유행은 일상생활에서 ‘조용한 전파’가 빠르게 이뤄지는 특성이 있다고 한다. 본격 휴가철을 맞아 주말 이동이 크게 증가할 것이다. 이제 K-방역에도 피로감이 쌓이고 있고 백신 접종률 진도가 예상보다 느려짐에 따라 4차 유행의 확산세가 확실히 꺾일 것으로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문제는, 정부의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5차 재난지원금)이 4차 유행의 확산을 저지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못 되는 ‘누더기 재난지원금’으로 전락하게 됐다는 것이다. 1인당 25만 원씩 주는 5차 재난지원금이 전 국민의 87.7%로 상향 조정됐다고 한다. 나머지 12.3%의 불만은 그대로 남게 됐다. 특히, 결혼적령기를 지난 30∼40대 중에서는 받는 연봉이 재난지원금 지급기준 (1인가구 5000만 원)을 넘어서는 경우가 많아 웹 커뮤니티에서는 재난지원금이 사실상 ‘독신세’ ‘싱글세’가 아니냐는 자조적인 비판이 들끓고 있다.

또한, 소득은 높지만 재산은 적은 이른바 ‘흙수저 가구’는 지원금을 못 받고, 재산은 많은데 소득은 적은 ‘금수저 가구’가 지원금을 받는 역차별이 벌어지게 됐다. 가령,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의 월세방에서 살며 연봉 5000만 원 이상을 받는 1인가구는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반대로, 부모로부터 상속받은 20억 원짜리 아파트에서 살면서 연 8600만 원을 받는 부부는 지원금을 받게 되는 역차별 사례가 난무할 것이다. 더구나 기준소득의 경계선에서 불과 몇만 원 차이로 지원금을 못 받는 가구는 ‘소득 역전’ 현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집권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대선을 의식해 전 국민 지급에 가까운 선별지급 방침을 고집하고, 야당과 정부도 ‘인기영합주의’에 편승한 결과다.

‘누더기 지원금’으로 전락한 5차 재난지원금 논쟁을 되새겨보는 것은 앞으로도 6차, 7차 재난지원금이 되풀이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니컬러스 크리스타키스는 최근 간행된 ‘신의 화살’이라는 책에서 ‘팬데믹 여파는 2024년까지 간다’고 예언했다. 델타변이 확진자의 기하급수적 증가는 선진국들의 경기회복이 계속 지연되면서 경기 부진과 인플레이션 압력이 동시에 진행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엄습할 가능성을 키운다. 정부·여당은 물론 야당도 명심해야 할 것은 재난지원금이 코로나 불황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현재의 불황을 극복하고 다가오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비하기 위한 최선의 정책은 코로나 확산을 가능한 한 빨리 방지하고 수속해 나가는 것이다. 대선을 의식한 ‘푼돈’으로 전락시키고 있는 재난 지원보다는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 예산으로 △백신의 충분한 조기 확보와 배분 △K-방역 종사자와 의료 종사자에 대한 획기적 처우 개선 △백신 접종자의 부작용 사례는 숨기거나 과소평가하지 말고, 부작용의 원인 규명 없이도 전액 국가 보상을 약속하는 획기적인 백신 접종 정책의 도입에 사용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 지원 후에 남는 재난지원금이 있다면 직간접적인 피해를 본 소상공인이나 실업을 당한 차상위 계층 등에 재난 지원을 집중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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