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헤드윅’ 조승우
5년만의 출연… 몇초 만에 매진
코로나로 관객 교감 줄었지만
무대 갖고 노는 즉흥 연기 여전
지난 1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한 뮤지컬 ‘헤드윅’. 코로나19 방역 수칙으로 인해 여러 장면을 바꿔야 했다. 헤드윅이 입장하며 관객들과 악수하는 일도, 공연 도중 객석에 난입하는 일도 없다. 손수건을 관객에게 던져 주는 전통도 잇지 못했다. 재미와 기쁨을 주던 요소들이 대폭 축소됐지만, 이날 낮 공연 750석(전체 약 70% 오픈)은 일찌감치 동났다. 사실 가장 큰 재미와 기쁨은 이것이다. ‘조드윅’(조승우+헤드윅)이 돌아왔다는 것. “이시국에 왜 이렇게들 많이 왔어? 뭐 볼 게 있다고, 내가 그렇게 보고 싶었어?” 금발에 짙은 화장, 굽 높은 부츠, 등장하자마자 애교(?) 폭발. “누가 지금 ‘네’ 했어?” 마스크를 뚫고 나오는 웃음, 어쩌랴. 허용된 건 박수뿐인데, 이상하다. 어디선가 환호가 들리는 듯. ‘조승우 매직’인가.
‘헤드윅’은 과거 동독에서 성전환 수술을 한 후 미국으로 건너온 트랜스젠더 헤드윅이 주인공이다. 그가 밴드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들려주는 콘서트 형식. 사랑과 자유를 좇아 성(性)까지 바꿨으나 돌아온 건 이혼 통보, 그리고 믿을 수 없는 TV 속 광경.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있다.
‘원맨쇼’에 가까운 뮤지컬은 연기와 노래뿐 아니라 유머 감각과 무대장악력까지 갖춘 배우만이 도전할 수 있는데, 조승우를 비롯해 조정석, 오만석 등 뮤지컬 톱배우의 필모그래피에 반드시 들어가는 작품이다. 조승우는 2005년 국내 초연 때부터 참여했으며 이번 공연은 2016년 이후 5년 만의 복귀. ‘비밀의 숲’ ‘시지프스’ 등 한동안 드라마에 전념해 온 터라 이번 출연이 더욱 기대를 모았으며 티켓 판매 몇 초 만에 전 석 매진되는 변함없는 흥행 파워를 보였다.
“언니 왔다”며 등장한 ‘조드윅’. 분명 20대, 30대 때의 헤드윅과는 다를 터. 그는 이날 공연 시작 후 “벌써 힘들다”며 엄살 아닌 엄살을 피우기도 했다. 그러나 더 노련해진 진행과 질펀한 성적 농담을 천연덕스럽게 던지며 참 잘 ‘놀았다’. 아니, 무대를 가지고 놀았다. 약간의 실수를 감지한 후엔 “내가 틀렸지? 아까 거기부터 다시 할게!”라며 특유의 재치와 임기응변으로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이런 날 팬들은 ‘계 탔다’고 한다. 또, 그는 코로나19 상황에 불만을 표하면서도 “그래도 잘 지켜야지”라며 웃음 대신 박수를 치고,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여 달라며 관객들을 다독였다. 많은 걸 포기하고 참아야 하는 때. (코로나19로) 아쉽지만, (조승우로) 아쉽지 않았다. 10월 31일까지.
■ 뮤지컬 ‘광화문연가’ 엄기준
빌런서 흰옷 입은 ‘명우’로 변신
팬들 “주단태 어디 갔어?” 반응
완벽 연기·노래로 완성도 높여
“주단태 어디 갔어?” 드라마 펜트하우스에서 최강 빌런(악당)으로 열연 중인 배우 엄기준이 안경 벗은 사진을 SNS에 올리자 나온 반응이다. 입꼬리를 한껏 치켜올린 ‘사악한’ 미소는 없고, 선한 표정만 남았다. 팬들은 180도 바뀐 그의 모습에 놀라면서도 즐거워했다. 이르다. 더 즐거운 볼거리가 남았으니. ‘주단태’가 노래를 한다. 곡목도 놀랍다. ‘기억이란 사랑보다’ ‘그녀의 웃음소리뿐’ ‘광화문 연가’ ‘옛사랑’ 등. 지난 3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의 엄기준은 첫사랑을 그리며 가슴 아파하는 남자였다.
고 이영훈 작곡가의 명곡들로 이뤄진 주크박스 뮤지컬 ‘광화문 연가’ 무대. 그는 죽음을 앞두고 1분간의 시간 여행을 통해 순수했던 시절을 기억하고, 또 추억하는 ‘명우’로 분했다. 일그러진 욕망의 화신에서 감성 충만한 순정남으로의 변신이다.
이날 엄기준은 처음부터 끝까지 흰색 옷을 입고 출연했다. 시각적으로도 드라마 속 이미지와는 완전히 반대. 그는 추억 여행의 안내자인 ‘월하’(김성규)와 함께 덕수궁 돌담길로, 1980년대 대학생들의 시위 현장으로, 2002년 월드컵 응원 열기로 가득한 시청역으로 떠난다. 환상과 기억, 현실이 교차하는 과거에서 ‘명우’는 가장 그리운, 죽음 이후까지 가져갈 소중한 기억을 되살린다. 이때 함께 흐르는 서정적인 멜로디와 시적인 가사는 라이브로 진행되는 뮤지컬을 아련한 추억 속 옛 영화처럼 만들어 줬다. 극과 극 배역을 오가면서도 완벽하게 소화하는 엄기준이라는 배우가 이날 뮤지컬의 전체 완성도를 높인 건 두말할 것도 없다. 엄기준은 그동안 ‘삼총사’ ‘몬테크리스토’ ‘레베카’ ‘베르테르’ 등 다양한 무대에서 활약하며 뮤지컬에서도 톱배우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기존 팬들에게도, 혹시 드라마가 계기가 된 ‘신규’ 팬에게도, 누가 봐도 흥미롭고 즐거운 공연이다.
‘광화문 연가’는 2017년 이영훈 작곡가의 음악을 토대로 이지나 연출, 고선웅 작가, 김성수 음악감독 등 공연계 최고의 제작진이 모여 만든 국내 창작 뮤지컬이다. 당시 4주 만에 10만 관객을 동원하는 등 돌풍을 일으키며 스테디셀러 뮤지컬로 자리 잡았다. 엄기준의 참여는 이번 시즌이 처음이다. ‘명우’ 역에 윤도현과 강필석이 동시 캐스팅돼 교차 출연한다. ‘월하’ 역도 화제다. 이날 출연한 인피니트의 멤버 성규 외에 김호영과 차지연도 ‘월하’로 분한다. 줄곧 남성이 맡았던 역할이지만, 이번 시즌엔 차지연이 발탁돼 ‘젠더리스’ 배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9월 5일까지.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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