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엄밀히 따져 슈퍼맨·배트맨·원더우먼을 앞세운 DC코믹스의 연합체인 저스티스리그는 그동안 아이언맨·캡틴아메리카·헐크로 구성된 마블코믹스의 어벤져스에 뒤졌다. 스토리의 완성도뿐 아니라 흥행 면에서도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4일 개봉하는 DC코믹스의 새 시리즈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감독 제임스 건)는 마블 영화가 깃발을 꽂지 못한 영역을 개척하며 DC코믹스가 우위를 점하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로 ‘19금(禁)’ 콘텐츠다.

지난 2일 한국언론과의 화상 간담회에서 제임스 건 감독이 “‘어벤져스’가 가족 영화라면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성인 영화”라고 말한 데는 이유가 있다. 총칼에 사지가 찢기고, 피와 살이 튀는 상황에서도 영화는 특유의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성인들을 위한 히어로물’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미국 교도소 중 최고 사망률을 자랑하는 ‘벨 리브’에 수감된 슈퍼 빌런(악당)들은 형량을 줄이는 대가로 팀을 꾸려 특수 임무를 수행한다. 블러드스포트, 피스메이커, 할리 퀸, 랫캐처2, 킹 샤크 등은 자살특공대라는 이름에 걸맞게 난폭하게 상대를 제압하며 적진 깊숙이 침투한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5년 전 제작된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리부트다. 속편이 아니라 같은 원작 만화를 바탕으로 아예 새로 만들었다. 그 중책을 마블 시리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연출한 건 감독이 맡았다. 마블에서 DC로 자리를 옮긴 그는 특유의 재기발랄한 솜씨에 ‘19금’이라는 MSG를 쏟았다. 경쾌한 음악에 맞춰 춤추듯 적의 몸통을 둘로 찢고, 소위 말하는 ‘헤드샷’으로 머리 반쯤을 날린다. 또한 입에 담기 힘든 ‘트래시 토크’의 틈 곳곳에 유머를 심어 놓았다.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주요 배역을 맡았던 이들은 대다수 다른 배우로 교체됐지만 할리 퀸 역의 배우 마고 로비는 다시 중용됐다. 역대 여성 빌런 중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로 꼽히는 할리 퀸의 활약은 이번에도 빛난다. 붉은 드레스를 입은 할리 퀸이 봉 하나를 들고 적진을 뚫고 나오는 시퀀스는 영화의 백미다. 할리 퀸 이미지에 맞게 상대방을 처치할 때마다 피가 아니라 꽃이 번지는 연출 역시 일품이다.

건 감독은 “할리퀸은 슈퍼맨, 원더우먼, 아이언맨과 견줘도 뒤지지 않는 캐릭터인데 이를 완전히 드러내려면 로비가 필요했다”며 “가장 적절하고 더 이상 맞는 배우를 찾을 수 없었기에 주저 없이 선택했다”고 말했다. 배우 실베스터 스탤론이 목소리를 연기한 ‘인간 반 상어 반’ 빌런인 킹 샤크 역시 이 영화의 신스틸러다.

선(善)을 강요하지 않는 것도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매력이다. 범죄를 저지른 빌런들인 만큼 수시로 엇나가고 서로에게 총구를 겨눠도 이상하지 않다. 정부 요원이 부여한 임무를 수여하는 과정에서 개과천선하는 뻔한 스토리로 흘러가지도 않고, 애써 미화하지도 않는다. 건 감독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연출하며 ‘절대 선’보다는 삐딱한 시선을 가진 ‘안티 히어로’를 주인공으로 삼은 것과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러닝타임은 2시간이 넘는 132분. 하지만 체감 시간은 1시간 남짓 정도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 후 나오는 쿠키 영상 2개도 꼭 챙겨봐야 한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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