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같은 엄마에게

저의 가장 친한 친구는 59년생 돼지띠. 음력으로 7월 9일, 올해는 8월 16일이네요. 참으로 더운 날 대구에서 태어났습니다. 2남 2녀의 장녀로 1960년대 50명이 넘는 빽빽한 교실에서 늘 1등을 할 정도로 공부를 꽤 잘했답니다. 하지만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일찍 소방공무원으로 취업해 20대 청춘을 바치고 결혼 후에는 딸 하나, 아들 하나 낳아 싱그러운 젊음을 마저 내어준, 지금은 여유로운 6학년 3반입니다.

제 친구는 사람 사귀길 좋아합니다. 예전에는 40여 개국을 여행하며 시절 인연도 만나고, 마음이 잘 맞는 친구도 만났는데 지금도 절친으로 지내고 있지요. 여행이 조심스러운 요즘은 기타반 친구, 색연필 드로잉반 친구, 긴 시간 정을 나눈 이웃들과 점심을, 수다를 나누더라고요. 지난봄 이사 간 아파트에선 한 달 남짓 만에 이웃분들과 저녁 8시 산책 모임을 만들 만큼 친화력이 좋아요.

그래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이 친구에게 가장 친한 친구는 저라는 걸요. 저와는 물리적인 거리가 조금 있습니다. 친구는 여전히 대구에, 저는 결혼 후 대전에 살고 있어 그리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요. 그렇지만 우리는 얼마나 좋은 세상에 살고 있는지 하루에 한 번 정도는 서로 가장 한가한 시간에 기꺼이 얼굴 보며 통화합니다. 거의 매일 통화하는데도 대화가 끝이 없어요.

“엄마, 은우(엄마의 손녀)가 유치원 버스 기다리면서 택시를 보고 택시가 모자를 쓰고 있다고 하더라.”

“호호호, 정말 귀여운 표현이다. 어제 잠이 안 와서 마늘을 많이 깠어. 없으면 가져가.”

“다 먹어 가는데 고마워! 주말에 갈게. 참, 엄마 주식 많이 올랐던데 팔아.”

“아니야, 좀 더 가지고 있을래. 요즘 날도 더운데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이번 주에 오면 같이 먹자!”

눈치채셨겠지만 제 친구는 바로 저희 엄마입니다. 다음 주가 엄마 생신이라 다니러 가는 건데 제게 뭐가 먹고 싶은지를 묻는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소중한 친구지요. 제가 엄마의 젊음을 먹고 자란 그 딸입니다.

나이를 먹으면 딸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요즘 엄마와 저 사이를 보며 새삼 느끼고 있어요. 저는 엄마와 정신적인 거리가 누구보다 가깝다고 생각하며 좋은 것을 보면 빨리 공유하고 싶고 항상 보고 싶거든요.

그런 엄마가 작년에 많이 아팠습니다. 멀리 있는 딸이 걱정할까 봐 몰래 입원하고 다른 가족들에게 입단속을 시켰지요.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저는 동생을 닦달해 입원실로 달려갔습니다. 언제나 쾌활하고 몸도 마음도 건강하던 엄마가 마르고 약한 모습으로 링거 맞고 있는 모습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다행히 지금은 엄마의 굳은 의지와 고마운 분들의 도움으로 거의 회복됐지만 이러다 사랑하는 엄마가 잘못되는 것은 아닐까 얼마나 불안하고 무서웠는지 모릅니다. 그 일을 겪고 반성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올해 가족들이 모여 축하할 수 있는 엄마의 생신이 더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당연히 엄마가 좋아하는 것을 먹을 거고요. 예쁜 생일 케이크와 엄마에게 잘 어울릴 옷을 골라 선물로 드릴 예정이에요. 이 글도 엄마에게 작은 추억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베스트 프렌드 이하정 여사님, 생신 축하드립니다!

엄마가 내 엄마라서, 내가 엄마 딸이라서 너∼무 행복해요.

세상 하나뿐인 엄마의 딸 김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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