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만여 가구 계획 공개했지만
주민 반응 등 사전조사도 부실


정부가 지난해 8월 야심 차게 내놓았던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8·4대책)이 1년이 지났지만 아무런 가시적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서울·수도권 13.2만 가구+α’ 계획을 공개했고, 이 중 서울지역 신규 택지도 특정 지역을 꼽아 구체적인 공급물량까지 제시했지만 착공은 고사하고 분양 등 일정이 구체화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사전조사나 주민 반응 등 세밀한 고민 없이 급조된 정책이었기에 F학점 성적표는 예정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4일 현재까지 8·4대책 당시 정부가 밝혔던 택지에 대한 공급일정이 확정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정부는 서울·수도권 13만2000가구 공급계획 중 공공택지를 추가 발굴해 5만7000가구를 공급할 뜻을 밝혔었다. 이 중 3기 신도시·서울의료원 등 기존택지를 고밀 개발할 2만4000가구와 노후 우체국 개발 1000가구를 제외한 3만2000가구를 서울 주요 지역에 공급할 계획이었다. 태릉골프장(1만 가구)을 비롯해 정부과천청사 운동장(4000가구), 서부면허시험장(3500가구) 등이 있지만 이 중 과천청사 부지는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개발이 백지화됐다. 태릉골프장 역시 난항을 겪고 있는데, 노원구청은 환경·교통 등의 문제를 들어 5000가구로 줄여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서부면허시험장이 있는 상암 DMC 지역 역시 주민들이 공공임대주택 난립 등을 우려하며 반대하는 등 신규 택지들 가운데 공급일정이 진행 중인 곳은 없는 상황이다. 5·6대책 당시 개발 계획을 밝혔던 용산정비창 역시 서울시가 난색을 표하고 있어 정부의 도심 신규 택지 공급은 전무하다.

8·4대책의 또 다른 축인 공공재건축 실적도 미미하다. 용적률 완화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해 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던 공공재건축은 지금까지 후보지 4개 단지 1580가구만 선정된 상태다. 당초 목표의 3%에 불과하다. 이마저 강남 등 수요자들의 선호지역은 없는 데다 모두 300가구 미만 소형 단지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공급 숫자를 부풀리며 공급에 문제가 없다고 강변한다. 국토교통부는 하반기 서울 입주 아파트 물량이 1만7569가구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민간부동산데이터업체의 집계에 잡히지 않는 전용면적 30㎡ 안팎의 도시형생활주택, 행복·청년주택 등도 포함시킨 숫자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미 정책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정부가 이달 중 지난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연기된 서울·수도권 신규 택지 공급계획을 또 발표한다고 했지만 8·4대책 등 앞서 밝힌 공급정책이 하나라도 제대로 실행되기 전에는 공급대책 발표가 시장 안정에 긍정적 영향을 주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민·민정혜 기자
박정민
민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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