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한마디에 담합조사 엄포
제도개선 본래 취지 훼손 우려


담합 의혹을 받고 있는 양계업계가 올해말까지 공판제도를 도입한다. 업계 자체의 조사를 통한 가격 가이드라인제도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가격담합 의심을 받아 제도 개선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현 계란가격 고공비행이 유통단계의 문제보다는 수요·공급 측면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안정적인 가격결정시스템을 정부가 도리어 흔들어 놓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4일 정부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말까지 계란 유통에도 경매를 통한 가격결정이 이뤄지는 공판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현행 계란의 가격결정은 양계협회 내 가격조정위원회에서 각 지역 산지 가격을 파악해 평균 가격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농식품부는 이를 경매를 통한 가격 결정 방식으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살충제 계란 사태를 계기로 제도 변화를 추진했으며, 공판 기능이 가능한 시장을 온·오프라인 동시에 열어 연말부터 시행한다.

이같은 정부의 계획이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뒤늦은 ‘계란가격 안정’ 지시와 함께 나온 공정위의 계란가격 담합 조사시사와 맞물리며 본래 의도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7개월 이상 계란가격이 내려오지 않는 상황에서 담합 우려가 있다는 게 공정위의 시각인 반면, 농식품부는 유통단계에서 담합 여부를 자체 조사한 바 있지만 담합이 없었음을 확인한 바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확산 차단을 위한 대규모 살처분 이후 대부분의 산란계 농장에 닭들의 입식이 완료돼 정상적으로 계란이 공급되고, 수입 물량까지 투입한 상황에서 가격이 내려오지 않은 이유는 바로 수요·공급에서 비롯됐다는 게 농식품부의 판단이다. 산란계의 생산량 회복이 점진적이었고 코로나19로 인해 30개들이 가정용 계란 수요가 급증한 탓에 계란가격이 쉽사리 내려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7개월 동안 가격 고공행진할 땐 손놓고 있다가 대통령 말한마디에 엄포를 놓는 행위에 대해 양계업계에선 볼멘소리도 나온다. 합리적으로 운영되던 기존 계란 가격결정제도가 공정위의 엄포로 담합행위로 낙인찍힐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계란에 경매제도가 도입될 경우 가격이 평시보다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엄포가 양계업계를 담합행위자로 규정한 것 같다 불쾌하다”고 전했다.

공정위는 지난 2월 설 연휴를 앞두고 양계협회에 가격 담합 가능성을 우려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한 바 있고, 최근에 재발송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가격 담합 징후를 확인한 것은 아니다”라며 경고차원에서 보낸 것임을 강조했다.

박정민·이정우 기자
박정민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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