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군 주요 지휘관 보고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군 주요 지휘관 보고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北 김여정 고도로 계산된 담화에
한미동맹 - 남북관계 딜레마 빠져
연합훈련 취소 땐 한미동맹 파열
시행 땐 북 SLBM 등 도발 명분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한·미 연합훈련 중단’ 담화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훈련 강행파와 연기파로 두 쪽이 나고, 청와대는 군에 책임을 떠넘기는 등 여권 내 자중지란이 가중되고 있다. 대북 정책의 ‘레거시’(성과)를 남기려던 문재인 정부가 되레 북한의 ‘덫’에 빠진 모양새다. 일단 우리 정부는 훈련은 예정대로 실시하되 규모를 축소해 진행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오는 16∼26일로 계획된 한·미 연합지휘소훈련을 전반기와 비슷한 규모로 예년에 비해 축소해 진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군은 코로나19 방역 지침 등을 감안, 6㎡당 1명꼴로 인원을 배치하는 등 규모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훈련 날짜가 이미 세팅돼 전시증원연습(RSOI)을 위해 미군이 한국으로 오기 위한 항공권도 예약해 둔 상태”라며 “기간을 조정하는 것은 현재 상황에선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1부 방어훈련은 그대로 실시하되 2부 반격훈련을 생략하거나 축소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결국 중요한 안보 정책이 김 부부장의 담화에 휘둘리는 모양새로, 남북 관계의 주도권이 북한에 있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문재인 정부에 큰 부담이다.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둘러싼 여권 내 자중지란이 현실화되며 ‘남남 갈등’과 ‘한·미 동맹의 균열’을 꾀했던 김 부부장의 의도가 맞아떨어지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당장 수십 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훈련 연기를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리고 통일부와 국가정보원 고위 관계자들이 경쟁하듯 훈련 연기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상황을 볼 때, 정확히 김 부부장의 의도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게 외교 안보 전문가들의 우려다.

한 군사전문가는 “김여정의 꽃놀이패는, 우리가 연합훈련을 취소할 경우 북한으로선 한·미 동맹 파열의 큰 성과를 얻게 되고, 연합훈련을 시행하게 되면 미·북, 남북 협상 과정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 등 도발 카드 명분을 확보한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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