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작품 모두 외워서 연주
내성적 성격에 연주 대신 레슨
‘피아노의 신’리스트 등 가르쳐
예술성보다 테크닉 발전 주력
막대한 재산 청각장애인에 기부
‘악성(樂聖)’ 베토벤의 직계 제자이자 ‘피아노의 신’이라 불리는 프란츠 리스트의 스승, 9세에 공개 연주를 시작한 비르투오소(virtuoso·명인 연주자). 오스트리아 출신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카를 체르니(1791∼1857)를 수식하는 말이다. 베토벤의 가장 뛰어난 제자이자 ‘제2의 베토벤’이라 불렸던 체르니는, 그러나 무대 위에서는 빛을 발하지 못했다. 대신 평생을 피아노 교육에 헌신하며 ‘체르니 피아노 연습곡’이란 피아노의 바이블을 남겼다. 피아노 교습을 받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의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체르니는 오스트리아 빈의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는 바이올리니스트였고 아버지는 오보이스트이자 피아니스트였다. 3세 무렵부터 아버지에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체르니는 일찍이 음악 신동의 면모를 드러냈다. 7세에는 작곡하기 시작했고 9세가 되던 해인 1800년에는 대중 앞에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4번 C단조로 첫 공개 연주회를 열었다. 청중은 모차르트에 버금가는 신동이라며 체르니를 칭찬했다.
1801년, 10세의 체르니는 베토벤과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된다. 베토벤은 체르니에게 자신의 작품인 비창 소나타와 가곡 아델라이데의 악보를 건네주며 연주해보도록 했고, 10세의 체르니는 두 곡을 완벽하게 연주해냈다. 감탄한 베토벤은 그 자리에서 체르니를 제자로 받아들였다. 1801∼1804년 체르니는 베토벤에게 정기적으로 피아노 레슨을 받았고 1806년에는 스승인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의 초연연주자로 발탁되는 영광까지 얻게 된다. 체르니의 실력은 이미 15세 때 비르투오소라 불릴 정도였는데, 특히 베토벤의 작품에 있어 탁월한 해석을 드러냈다. 베토벤의 거의 모든 작품을 외워서 연주할 정도였던 체르니는 더 이상 제2의 모차르트가 아닌 ‘제2의 베토벤’으로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체르니는 연주 활동보다 피아노 레슨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기 시작한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무대 연주가 점점 압박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음악 신동 출신에 베토벤의 직계 제자이니 빈의 상류층 자제들이나 음악가를 꿈꾸는 학생들은 모두 체르니에게 레슨받기를 원했다. 그의 제자 중엔 테오도어 될러, 슈테펜 헬러 등 훗날 걸출한 피아니스트가 된 인물이 많다. 리스트도 체르니의 제자 중 한 명이다. 1819년 8세의 리스트가 체르니 앞에서 연주했을 때 리스트의 연주는 엉망이었다. 그러나 체르니는 리스트의 초견 실력과 재능을 알아챘고 가난한 리스트에게 수업료도 받지 않고 스승이 돼 줬다. 리스트가 자신의 성공은 스승 체르니의 공이었다고 고백한 이야기도 유명하다.
체르니는 평생 7개의 교향곡을 비롯해 다양한 장르의 1000여 곡을 작곡했는데, 대표작은 단연 ‘피아노 연습곡’이다. 이 작품은 예술성도 있지만 핵심은 테크닉 발전을 위한 작품이란 점이다. 특히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를 잘 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교본으로서, 베토벤 이후 전승되는 모든 피아노 기교는 체르니에 의해 계승됐다고 할 수 있다. 베토벤처럼 평생 독신으로 산 체르니는 악보 출판으로 일군 막대한 재산을 스승을 기리는 마음으로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기부했고 나머지는 빈 음악협회에 기부했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오늘의 추천곡
- 체르니 ‘화려한 갤럽’
3분 남짓한 길이의 매우 강렬한 인상과 신나는 분위기의 작품. 4분의 2박자의 빠른 춤곡으로 무곡 중에서도 빠른 편에 속하며 왈츠와 행진곡 같은 가벼운 음악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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