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 넘는 초인플레이션에
절도 62% 증가 등 총체적 난국
대규모 시위로 수십명 부상도

폭발원인 규명도 여전히 요원


지난해 베이루트 항구에서 발생한 대형 폭발 사건 1주년인 4일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서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폭발사건 항의에 경제난 타개를 요구하는 시위대와 경찰이 격돌하며 84명의 부상자도 나왔다. 214명의 생명을 앗아간 베이루트 참사가 1년이 지났지만, 레바논의 정치·경제적 혼란은 더 심화하는 모양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레바논의 경제는 사실상 ‘붕괴’ 상태다. 참사 후 400%가 넘는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했으며 절도는 62%가 늘었다. 지난해 12월 실업률은 40% 가까이 치솟았으며 한때 450달러(약 51만 원)였던 월간 최저임금은 35달러까지 떨어졌다. 지난 5월에는 주유소 직원이 엄격하게 제한된 주유량을 초과해 주유하려던 주유소 방문객에게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WSJ는 “100년에 한 번 오는 경제위기”라고 보도했다.

이미 2019년 금융위기를 맞으며 한 차례 휘청였던 레바논 경제는 지난해 참사 후폭풍으로 정치권력이 붕괴하며 위기 수습 주체까지 상실한 상태다. 특히 정치권은 참사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당시 하산 디아브 총리 이후 정부 구성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디아브 총리의 후임으로 지명된 무스타파 아디브 총리 지명자는 한 달 만에 정부 구성을 포기했고 지난해 10월 지명된 사드 하리리 총리 역시 정파 간 갈등 속에 7월 사임했다. 곧바로 재벌 출신의 정치인 나지브 미카티 총리가 참사 이후 3번째로 지명됐지만 아직 내각 구성은 요원한 상태다.

정치권의 이 같은 지지부진 속에 참사의 원인 규명도 여전히 요원하다. 참사 후 베이루트 항구 창고에 폭죽 및 도화선과 함께 수년째 방치돼 있던 질산암모늄 2700여t이 용접 작업 과정에서 폭발을 일으켰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나왔지만, 왜 그곳에 위험물과 함께 폭발력이 강한 질산암모늄이 보관돼 있었는지는 아직 미궁 속에 있다.

국제사회도 이 점을 지적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참사 1주년을 맞아 화상으로 개최한 콘퍼런스에서 “레바논은 더 나은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면서 “레바논 지도자들이 상황 악화를 택한 것으로 보여 유감스러우며 이는 역사적인 실패이자, 도덕적인 실패”라고 지적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
임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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