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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일보·예스24 - 국민서평프로젝트 ‘읽고쓰는 기쁨’

2차 공모 大賞 - ‘클라라와 태양’ 윤미진 씨 선정

클라라와 태양 |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홍한별 옮김 | 민음사


문화일보·예스24 공동 기획 ‘국민 서평 프로젝트 - 읽고 쓰는 기쁨’ 2차 공모에서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 ‘클라라와 태양’(민음사)에 대한 윤미진 씨의 서평이 대상작으로 선정됐다. 같은 책에 대한 박정우 씨의 서평, 마이클 셸런버거의 책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부키)에 대한 김덕훈·고민경 씨의 서평이 우수상을 받았다. 문화일보가 창간 30주년을 맞아 일상 속 책 읽기와 글쓰기 문화를 증진하기 위해 진행한 ‘국민 서평 프로젝트 - 읽고 쓰는 기쁨’ 2차 공모에는 총 144편의 서평이 접수됐다. 1차 공모(137편) 때보다 늘어난 것으로, ‘클라라와 태양’에 대한 서평이 가장 많았고 ‘식물학자의 노트’(신혜우 지음·김영사),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순이었다. 심사는 김금희 소설가와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하지현 정신의학전문의 겸 작가가 맡았다. 국민 서평 프로젝트 3차 공모부터는 서평 대상 책이 기존 3권에서 4권으로 늘어난다. 최은영의 소설 ‘밝은 밤’(문학동네), 캐럴라인 냅의 ‘욕구들’(북하우스), 정창권의 ‘조선의 살림하는 남자들’(돌베개), 브라이언 헤어·버네사 우즈 공저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디플롯)이다. 공모 마감은 오는 27일. 책 읽기와 글쓰기를 사랑하는 많은 독자의 참여를 바란다. 편집자주

영화 ‘토이 스토리’를 보면 어린 시절, 엄마 아빠조차도 이해 못하는 슬픔을 느낄 때 유일한 위로가 됐던 장난감도 주인공이 자라서 어른이 돼가면 잊히고 버려진다. 그런데 만약 그 장난감이 나와 비슷한 또래의 모습을 하고 누구보다 나를 더 잘 알고 이해하며 오로지 나의 행복을 위해 헌신하는 존재라면 어찌할까?

가즈오 이시구로의 신작 ‘클라라와 태양’은 더 이상 학교도 가지 않고 친구와 어울리는 법을 배울 기회도 사라진 미래사회에서 아이들의 외로움을 달래주기 위해 만들어진 ‘AF(Artificial Friend)’라 불리는 인공지능 로봇에 대한 동화 같은 이야기이다.

남들보다 나은 삶을 사는 데 유리한 비교우위를 갖도록 아이들에게 유전자 조작 시술마저 마다하지 않는 무한경쟁 사회. 그 시술을 견뎌내지 못한 부작용으로 언니를 잃었고 자신마저 몸과 마음에 상처를 갖게 된 소녀, 조시. 이런 조시마저 잃을까 걱정하던 엄마는 망설임 끝에 ‘클라라’라는 인공지능 친구를 데려오게 된다. 클라라는 최고의 기술을 탑재한 신제품은 아니지만 관찰력이 특별히 뛰어난 모델이라 병약한 조시의 마음을 금방 이해하고 조시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조시의 병은 갈수록 깊어지고 조시의 엄마는 마지막 남은 딸마저 잃지 않기 위해 클라라에게 특별한 부탁을 한다. 클라라는 조시를 위한다면 무엇이든 해야 하는 게 자신의 존재 이유라 굳건히 믿기에 엄마의 계획에 동의한다. 그렇지만 조시와 조시 주변 사람들의 태도 또한 주도면밀하게 관찰해 갈수록 클라라는 과연 엄마의 선택이 최선의 방법인지 의구심을 갖게 된다.

이시구로의 작품들은 따사하다. 구름에 가려 있어도 어디에서인가 지켜보는 태양의 온기가 느껴지는 그가 그리는 세상에서는 인공지능 로봇마저도 따뜻한 심장을 가졌다. 부모마저 포기해 가는 아이에게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을 정도로.

비슷한 주제를 다룬 전작, ‘나를 보내지 마’에서는 병들어 못쓰게 된 인간의 장기를 대체할 목적으로 키워지는 복제인간을 다뤘다. 성인이 되면 최대 네 번의 장기기증 수술 후 버려지는 복제인간의 운명을 타고난 아이들. 그러나 그들에게는 잔인한 소모품으로써의 존재만을 부여한 고약한 시스템을 만든 인간에 대한 분노나 복수심은 없다. 다만 어떻게 하면 자신들도 인간과 비슷할 수 있음을 입증해서 장기기증의 의무를 다하는 중에 잠시라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휴지기를 누려 볼 수 있을지를 염원할 뿐이다. ‘클라라와 태양’에서의 인공지능 로봇 클라라도 마찬가지이다. 오직 자신의 주인이 된 조시와 그 가족의 행복이 존재 가치이자 목적일 뿐, 클라라 자신의 욕구나 운명에 대한 의구심이나 불평은 전혀 없다.


너무나도 이기적인 인간을 위해
완전히 이타적으로 고안된 기계.
이야말로 최적의 해법이 아닌가.


이시구로가 상상한 복제인간이나 인공지능 로봇들은 마치 자연이 부여한 생명과 삶을 지탱하기 힘들어하는 인간의 고됨을 이해하듯 인간의 편에서 돕고, 인간이 가능한 한 더 많은 행복을 누리도록 도와주는 존재들이다. 그러나 자신은 실천하기 힘든 수준의 헌신과 배려를 자신과 똑 닮은 모습을 한 인공의 존재로부터 받는 수혜자가 된 인간은 그들에게 감사한 마음보다는 불편함과 두려움, 가학성까지 느낀다.

이 불편함의 근원은 무엇인가?

윤미진
윤미진
마치 조시의 엄마가 마지막 대안으로 믿고 찾아간 박사의 실험실에서 깨달았던 결론처럼 문제는 인공지능이 얼마나 인간다워질 수 있는가가 아니라, 인간의 모습을 한 기계가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가치를 지니고 실천할 수 있을 때 이를 과연 인간이 받아들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시구로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공존 가능성을 생각할 때 우리가 들여다봐야 할 것은 ‘인간 대 기계’라는 대립관계에서 어떻게 기계를 통제해서 인간이 승자로 남을 수 있을 것인가가 아니라 기계가 인간보다 더 인간다워 보일 때 인간이 어떤 방식으로 수용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즉, 우리의 시선이 더 깊고 더 냉철히 머물러야 할 대상은 기계가 아니라 바로 우리들, 인간의 마음이라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얼마든지 준비가 돼 있는지도 모른다. 문제는 우리는 얼마나 준비가 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는 이전에 마거릿 애트우드가 ‘매드아담 3부작’에서 제기한 근원적 문제와도 상통한다. 현존 인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이 디자인된 신인류마저 결국 그토록 피하고자 했던 관습과 제도를 되풀이하고야 말 것이다. 인간의 머리에서 나온 시스템이 인간의 한계를 극복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인가 하는 질문 말이다.

결국 문제는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윤미진(1974년생. 좋은 책과 진솔한 음악 연주를 즐기는 주부로, 오랜 시간 해외에 거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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