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고 습한 수증기 유입
서울 올여름 20일간 열대야


‘입추(7일·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 지나도 잠 못 드는 밤 계속되나.’

제9호 태풍 ‘루핏’과 제10호 태풍 ‘미리내’가 동반 북상하면서 이번 주말과 다음 주 초 열대야가 한층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루핏의 경우 이동 경로의 변동성이 커 아직 가능성이 낮지만 올여름 한반도 내륙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1호 태풍’이 될지 주목된다.

기상청은 6일 “일본 쪽으로 북상하고 있는 태풍 루핏과 미리내의 영향으로 다량의 뜨겁고 습한 수증기가 우리나라로 유입돼 밤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현재보다 극심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구름이 많아지면서 열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현상도 빚어져 열대야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날 기준 올여름 서울에서만 이미 20일째 열대야가 발생해 이미 평년 기록(12.5일)을 훌쩍 넘어선 상황이다.

이날 오전 기준 루핏은 중국 남동부 해안을, 미리내는 일본 오키나와(沖繩) 동쪽 해상을 각각 지나고 있다. 루핏은 우리나라에 일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로썬 오는 10일쯤 제주 남쪽과 동해 남쪽에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를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남해상을 먼저 지나가는 미리내는 우리나라에 습한 동풍을 불어넣으며 동쪽 지역을 중심으로 강한 비를 유발할 수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여름철에는 낮과 밤의 온도 차가 8∼10도 정도 나는데, 태풍 여파로 습기가 더 많아지면 그 격차가 줄어든다”며 “태풍이 완전히 지나가기 전 이번 주말과 다음 주 초까지는 덥고 습한 수증기 때문에 열대야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루핏이 올여름 한반도 내륙에 직접적으로 여파를 미치는 첫 태풍이 될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현재 일본 가고시마(鹿兒島) 방향으로 이동할 확률이 높지만, 경로에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루핏과 미리내가 비슷한 시기에 움직이면서 서로 진로와 강도에 영향을 미칠 경우 경로가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2년 제14호 태풍 덴빈은 중국 남부로 향하고 있었지만 볼라벤과 함께 이동하는 과정에서 경로를 바꿔 내륙에 상륙한 바 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
최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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