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 미쓰비시 상대 소송 1심

‘각하’ 이어 ‘기각’ 판결 나와
대법원 판례 2번이나 뒤집혀
韓日협정 소멸시효 만료 근거
“日 배상책임 물을수 없다” 판단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심 재판부가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기각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이 2018년 10월 강제징용 피해에 대한 배상 책임을 인정한 이후 최근 2개월 사이에 하급심에서 정반대 판결이 연이어 나오면서 사법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의 위상도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단독25부(부장 박성인)는 강제징용 피해자 이모 씨와 유족 등 5명이 일본 미쓰비시 마테리아루(전 미쓰비시광업)를 상대로 “총 1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소를 기각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기각은 재판을 통해 안건을 심리한 결과 원고의 주장이 부적합하다고 보는 경우 내려지는 판결이다. 결론적으로 본안 판단 결과 일본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소용 비용도 원고가 부담하도록 명령했다. 기각 사유로는 손해배상 청구권 관련 소멸 시효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관측된다. 민사 소송은 피해자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안 날로부터 3년’ 내에 제기해야 하며 이 기간이 지나면 피해자들은 권리 구제를 받을 수 없다.

대법원은 서울중앙지법이 두 달 사이 다른 판결을 내놓으면서 당혹스러운 모양새다. 지난 6월 7일에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 김양호)가 강제징용 피해자 85명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낸 배상 소송을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해 본안 심리를 하지 않는 것으로 당시 재판부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배상청구권이 해소됐다고 판단했다. 반면에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2018년 10월 여운택 씨 등 4명이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각 1억 원 배상 판결을 확정하면서 “강제동원 위자료청구권은 청구권협정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대법원과 하급심 간 엇갈린 판결에 대해 한 재경지법 판사는 “개별 법관은 독립된 사법기구”라면서 “대법원 확정 사안을 따르는 경향성이 있지만, 재판부가 합리적이지 않다고 볼 때는 거부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의 판결에 대한 신뢰성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통상 하급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판결을 내리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 사안의 경우 대법원 판례를 두 차례나 배척한 것으로 이를 계기로 대법원의 위상과 역할에도 균열이 갈 수 있다는 지적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은지·김규태 기자
이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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