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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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고민

열심히 살았습니다. 가족들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일했는데, 중고등학교 다니는 아이들이 예전과 달리 나를 별로 찾지도 않고, 가족 안에서 소외된 느낌이 들어요. 회사에서도 이제는 나가라는 눈치를 주는 것 같아요. 젊은 시절에 비해서 에너지도 생기지 않습니다. 건강검진에서는 혈압이 높고 지방간이 있다고 하니 자기 관리를 하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온 제가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고요. 과거를 돌아보면 아주 어린 시절부터 제가 잘못한 일들이나, 더 잘 살 수 있었는데 놓쳐버린 기회가 떠오릅니다. 제가 잘못 살아서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일까요?

▶▶ 솔루션
A : 현재 우울하면 나쁜 것만 ‘선택적 기억’… 기쁨 찾으려 노력을


기억은 현재의 기분에 따라서 선택적입니다. 우울할 때는 안 좋은 일만 떠오릅니다. 예를 들어 내가 잘하거나 행복한 기억이 10개고 슬픈 기억이 10개라면, 하나씩 돌아가면서 똑같은 확률로 떠오르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지금 우울한 기분이고 쓸쓸한 상태라면, 서럽고 억울하거나 내가 잘못한 기억만 떠오를 수 있습니다. 현재의 생활에서 소외감을 느낀다고 하셨습니다. 현재의 감정과 일치하는 기억을 더 많이 떠올리게 됩니다. 즉 10개의 잘된 기억은 하나도 떠오르지 않고, 10개의 안 좋은 기억만 떠오르는 것입니다. 이것을 ‘선택적 기억(selective memory)’이라고 합니다.

평소 긍정적인 사람도 우울증에 빠지게 되면 긍정적인 기억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우울증이라고 할 때 슬프거나 우울한 감정을 느끼는 것을 떠올리겠지만, 감정의 문제보다도 무서운 것이 이렇게 인지나 기억 등이 변하는 것입니다. 집중력이 떨어져서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게 되는 것도 문제지만, 과거의 기억이 왜곡되는 것이 어쩌면 더 문제지요. 실제로 잘못 살고, 인생에 불행이 가득해서 우울증이 오게 됐다는 분이 많으신데요. 그것은 어떻게 보면 원인과 결과가 바뀐 것입니다. 즉 우울하기 때문에 과거의 나쁜 기억만 떠올리는 것이지, 나쁜 일만 있어서 우울해진 것이 아닙니다.

심지어 평소에도 우리는 좋은 기억을 꺼내보기가 더 힘듭니다. 감사일기를 쓰는 것처럼 하루에 세 가지 좋은 일을 떠올리는 것도 힘듭니다. 연습하고 억지로 노력해야 합니다.

살면서 잘해온 것도 많은데, 지금 우울하니까 떠오르지 않을 뿐입니다. 억지로 과거를 미화하는 것보다는 현재에 집중해서 현재의 감정을 해결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일단 과거, 현재, 미래가 모두 부정적으로 느껴져서 생활이 힘들 정도라면 전문가와 상담하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과거를 되짚으면서 정리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지금 나가서 걷고, 지금 맛있는 것을 먹고, 지금 좋은 음악을 듣는 것이 당장 도움이 됩니다. 과거를 자꾸 곱씹는다고 모든 것이 싹 정리되고 좋은 기억이 떠오르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주원 원장 연세숲정신건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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