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명분으로 공영방송 개편
‘친여’정연주, 방심위원장으로
포털도 뉴스 편집권 제한 나서
‘신문장악’위해 ABC협회 배제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정부와 여당의 언론 길들이기가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다. 공영방송 개편, 포털 뉴스의 편집권 제한 등으로 이어진 이른바 ‘언론 개혁’은 언론중재법을 중심으로 이제 신문에까지 뻗치고 있다. 특히 정연주 전 KBS 사장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으로 뽑은 것은 노골화한 언론 길들이기의 ‘화룡점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방송의 공공성, 온라인상 표현의 자유를 외쳤던 문재인 정부는 우선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편부터 추진했다. 방송의 공공성을 확보하겠다는 명분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여야 정치권의 이해관계로 진전 없이 방치되면서 관심의 초점은 KBS 이사회와 MBC 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로만 쏠렸다. KBS 이사회 11명 중 여권 인사 7명, 방문진 이사 9명 중 여권 6명을 입맛에 맞는 인물로 확보하는 데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일엔 정 전 사장을 제5기 방심위 위원장으로 선출하며 대선 관련 미디어에 대한 장악 의도를 드러냈다. 방심위는 방송 통신 콘텐츠를 심의하고 제재한다. 제재 건수는 방송사의 승인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종편에는 큰 약점이 될 수 있다. 더구나 방심위는 대선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 구성도 주관한다. 편향성으로 논란이 많았던 정 위원장을 뽑은 데서 정권의 의지가 확연히 읽힌다.
앞서 지난 4월엔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인터넷 포털 뉴스에 문제가 있다며 정부 기금으로 별도의 뉴스 포털을 만들자는 제안을 내놨다. 그는 포털을 “일종의 ‘정치적 포르노’에 비유”하며 비판했다. 그리고 6월 포털 뉴스의 편집권을 제한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기사의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취지였으나 포털 뉴스까지 손안에 쥐려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어 7월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ABC협회의 정책적 활용을 중단하고 공적자금도 회수하기로 했다. 이는 인쇄매체에 대한 2450억 원대의 정부광고 집행에서 ABC협회의 조사를 배제함으로써 사실상 협회를 무력화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문체부는 지난 3월 한 신문사의 발행부수 대비 유료부수 비율이 ABC협회의 자료와 맞지 않는다며 불투명성을 지적했고, 5월엔 MBC 시사 프로그램 ‘스트레이트’에서 한국의 새 신문지가 동남아의 포장지로 대량 수출된다고 보도하면서 협회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ABC 자료를 대신해 문체부가 내세운 대안은 국민 5만 명을 대상으로 한 ‘구독자 조사’인데 이것도 신뢰성을 확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런 흐름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중심으로 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헌법에 보장된 표현 및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고, 주요 권력 집단에 관한 비판적 기사를 막을 수단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언론계와 시민단체는 물론 일부 여권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이문행 수원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개정안이 외형적으로 갖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내면을 뜯어보면 독소조항이 많다”면서 “적용됐을 때 부작용이 더 많이 생길 수 있는 법안이다. 권위주의 정권의 눈치, 광고주인 대기업의 눈치를 보던 언론이 이제는 사법부의 눈치를 보며 제 목소리를 못 낼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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