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나 사진을 모아 실물 대신 볼 수 있도록 만든 책을 ‘도감’이라고 부른다. ‘엄마도감’은 엄마를 위한 도감이 아닐까 짐작하지만 이 그림책은 ‘엄마에 대한 도감’이다. 속싸개로 몸을 감싼 아기가 엄마 곁에 누워 곤히 잠든 엄마를 관찰하는 것이 첫 장면이다. “엄마가 태어났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해 아기는 엄마의 모든 것을 관찰하고 기록한다. 보통 아기가 태어나면 양육자가 아기를 관찰하는데 이 그림책은 그와 반대다. 엄마가 된 사람의 변화와 성장을 아기의 시선에서 분석한다.
구성을 보면 엄마의 생김새, 몸의 구조와 기능, 먹이 활동, 수면 활동, 배변 활동, 신체 활동 등으로 나뉘어 있다. 이 도감의 서술자이자 엄마 연구자인 아기는 작은 변화 하나도 놓치지 않으며, 객관적 거리를 유지한 글과 그림으로 특징을 정확히 기록한다. 그런데 중간중간 이 서술 태도가 흔들리며 이미지에 감정의 틈이 생기고 그럴 때마다 독자는 ‘엄마’라는 사람의 내면에 한 발 더 들어서게 된다.
권정민 작가는 그림책 ‘우리는 당신에 대해 조금 알고 있습니다’를 통해 식물들의 인간 관찰기를 펴낸 바 있다. 또한 ‘이상한 나라의 그림사전’에서는 인간과 동물의 자리를 바꿔 세계를 보면 지금 벌어지는 일들이 얼마나 폭력적인지를 서늘하게 그려냈다. 객관적 서술 태도를 유지하며 반어적 그림을 대응시키면서 인간중심주의의 오만함을 비판하는 작가의 시도는 인상적이었다. 이번에는 ‘도감’이라는 양식을 활용해 더욱 심화된 분석에 서사적 감동까지 만들어냈다. 도감에 서사가 있다니 낯설지만 엄마의 물리적 몸에서 출발해 고된 양육에 무너지는 마음까지 보여주는 대목은 이야기로서 뭉클하다. 한밤중에도 아기를 재우며 자신의 꿈을 놓치지 않는 엄마, 그런 엄마를 관찰하며 쑥쑥 자라는 아기를 보면 독자도 함께 이 여성의 제2의 독립을 힘껏 응원하게 된다. 끝에 나오는 엄마 탐구영역 문제는 달콤하면서도 씁쓸하다. 과학적 시선과 서정적 스토리를 결합해 일상의 이면을 발견하게 하는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48쪽, 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