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LA ‘CARE’ 김현정 대표

“위안부 문제 외교카드로 왜곡
운동단체들도 정치논리 이용

日에 포괄적 재협상 요구하고
국제재판소 회부 각국 연대를”


“일본 정부가 범죄 사실을 인정하고 정부 차원의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 등 피해자 명예회복이 이뤄질 때까지 줄기차게 요구할 것입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인권단체인 ‘배상과 교육을 위한 위안부 행동’(CARE) 김현정(52·사진) 대표는 광복절 76주년과 14일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앞두고 기념행사 참석차 일시 귀국해 지난 10일 수원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발제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고 김학순 할머니가 첫 침묵을 깬 지 30주년이 됐지만, 아직도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은 일본 정부가 피해자 중심의 근본적인 해결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일 양국 정부가 ‘정치적 편의주의’ 입장에서 한·일 관계에 필요할 때마다 위안부 문제를 외교 협상 카드로 축소해 왜곡시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내 위안부 운동단체들도 정치적인 진영논리에 위안부 문제를 이용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위안부 문제의 해결 방안에 대해 김 대표는 한국 정부가 피해자 할머니들의 요구사항에 기반한 일본과의 포괄적인 재협상 요구와 위안부 문제의 국제사법재판소 회부를 제안했다. 이와 함께 “국내 위안부 운동단체들은 피해자 중심의 해결이 되도록 한국 정부를 압박함과 동시에 국제적으로 위안부 문제가 한·일 간 갈등이 아니라 다수 아시아·태평양 국가의 역사라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국내 위안부 운동단체가 국제연대 차원에서 협력과 지원은 하되, 해외 운동을 주도하려는 태도는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미국에 와서 위안부 운동을 하는 동포 사회를 분열시켰고, 서로 협력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만들어놨다는 것이다.

“생존해 있는 피해 할머니들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정의연 및 나눔의 집 사태는 국내 위안부 운동을 돌아볼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제공했다고 봐요. 지금까지 타성에 젖어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그는 위안부 문제 해결이 더욱 어려워지게 된 데에는 한·일 간의 졸속협상을 방치한 국내 위안부 운동단체의 책임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2015년 졸속협상이 나오기까지 1년 6개월 이상 한·일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국내 위안부 운동단체는 어떠한 목소리도 내지 않고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며 “당시 위안부 할머니들의 요구사항이 관철되는 협상이 이뤄지도록 한·일 양국 정부를 압박해야 한다는 제안서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에 보냈으나 ‘쇠귀에 경 읽기’였다”고 주장하며 대표적인 단체들의 소극적인 태도를 질타했다. 이어 “어떻게 하는 것이 지금도 투쟁하고 계신 할머니들께 부끄럽지 않은 일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2007년부터 여러 차례 LA를 방문한 이용수 할머니의 통역을 맡은 계기로 CARE를 결성, 현재까지 미국에서 위안부 이슈를 알리고 일본 정부를 압박해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활동을 해왔다. 가족 이민으로 태평양을 건넌 그는 캘리포니아대 LA캠퍼스(UCLA) 민족음악과를 졸업한 후 통역사로 활동하고 있다.

박현수 기자 phs20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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