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석유·화학 등 강력 반발
“EU는 2년이상 협의 거쳤는데
韓,석달만에 초안만들어 강행
일자리축소·경쟁력악화 우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광복절 축사를 통해 “올해 안에 실현 가능한 2030년 탄소 감축 목표를 공약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철강·석유·화학 등 산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가 오는 10월 말까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정부 최종안을 확정할 방침을 정한 데 대해 산업계는 불과 석 달여 만에 날림으로 만든 시나리오 초안을 강행하겠다는 취지라며 반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7일 산업계에 따르면 탄소중립위의 ‘일방통행’ 식 정책 추진에 강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대기업 A사 고위 관계자는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산업계 의견 수렴과 전문가 검증 없이 위원회를 꾸린지 3개월 만에 시나리오 초안을 만들었다”면서 “미래 기술 상용화 가능성이나 여러 대안과 관련한 비용 추산 등에 대한 적정한 검토도 없이 도출한 시나리오를 결국 강행하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탄소중립위는 제반 산업의 탄소 배출량을 오는 2050년까지 2018년 대비 약 80% 이상 감축기로 하는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지난 5일 공개했다. 이어 8일 출범한 탄소중립시민회의를 통해 오는 9월까지 의견 수렴을 할 방침이다.
업계와 전문가는 시나리오 초안대로라면 상당수 기업이 사업을 중단하거나 해외 이전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데도 탄소중립위가 정부를 의식해 정책을 서두르고 있다는 입장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환경대학원장은 “유럽연합(EU)만 해도 온실가스 감축 목표 이행계획 합의에 약 2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급격한 온실가스 감축으로 인한 일자리 축소나 비용 증가 등에 대한 국민 및 산업계와의 충분한 합의와 동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 원장은 특히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제조업 의존도가 매우 높은 편이어서 탄소배출 문제는 산업의 특수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고려해 접근해야 한다”며 “충분한 시간을 두고 산업계 의견을 제대로 수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제조업 비중(28.4%)은 미국(16.4%), EU(11.0%)보다 높고, 수출에서 차지하는 제조업 비중은 98% 이상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탄소 배출 비중도 2%를 밑도는 상황인데 성급하게 시나리오 확정과 법제화로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켜서는 곤란하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대기업 B사 관계자는 “탄소중립위원 상당수가 친정부 성향의 시민단체나 연구소 출신이 차지하고 있다”면서 “편향적인 인사들이 시민회의를 앞세워 여론전에 나서고 있는 점도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관범·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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