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광복절은 잃었던 나라를 되찾은 것을 경축하고 국권을 회복하기 위해 희생하신 애국선열들을 추모하며 감사드리는 날이다. 그런데 제76주년 광복절은 또다시 김원웅 광복회장의 극단적 망언으로 얼룩지고 말았다. 사전 녹화된 영상 발표로 진행된 축사에서 그는 역대 보수 정권을 친일파 반민주적 정권으로 규정했고, 국민이 민주화운동으로 매번 그 정권들을 무너뜨려 왔기에 오늘날 대한민국이 이뤄졌다는 궤변을 토했다. 대한민국의 오늘이 있게 한 이승만 건국 대통령과 6·25 전란에서 나라를 구한 백선엽 장군을 친일파로 몰아붙였다. 정작 자신은 스스로 규정한 친일파 박정희 정부의 민주공화당 당료로 출발해 전두환 정부의 민주정의당 창당에 참여했고, 이후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오가며 3선 국회의원을 지내지 않았던가.

광복회장이 친일 청산을 주장하는 것이야 당연하다. 하지만 김 씨가 주장하는 친일 청산의 본질은 친일과 관계없는 보수 우파 정치 세력의 궤멸이라는 점에서 매우 부적절하다. 더욱이 국가보훈처의 발표로 일시적으로 무마되기는 했으나, 그 부모의 독립운동 공적이 도용된 것이라거나 김 씨 모친 전월선 씨가 일제강점기에 에모토 시마지(江本島次)로 창씨개명 했었다는 보도까지 나온 터라 그의 말은 더욱 어이가 없다.

그는 지난해 75주년 광복절에도 축사랍시고 대다수 국민이 동의할 수 없는 망언을 쏟아냈다. 그래서 이번엔 이를 예방하기 위해 청와대 관계자까지 참석한 자리에서 원고도 미리 받고 사전에 녹화까지 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이렇게 의도적으로 국민을 분열시키는 거짓말 축사가 버젓이 전 국민에게 생중계됐다는 건 무얼 말하는가. 혹시, 대통령을 포함한 집권 여당의 인사들이 하고 싶은 말을 김 씨가 대신하도록 내버려 둔 건 아닌가. 대선을 6개월 여 앞둔 시점에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인사가 참석한 자리에서 허위와 독선으로 가득 찬 망언을 행한 김 씨를 광복회(光復會)가 아니라 광복회(狂伏獪)의 장(長)이라 불러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1965년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들에 의해 민법상 사단법인으로 설립된 광복회는 1973년에야 국가 지원 대상으로 인정됐다. 광복회원은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한 애국지사와 그 유족들로 구성된다. 광복회는 정관에 일체의 정치적 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고, 역대 회장들은 이를 지켜 왔으나 김 씨는 친여·친북 성향의 정치적 행위를 일삼아 많은 회원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차제에, 회원들이 광복회의 설립 취지와 목적, 명예를 크게 훼손하고 있는 김 씨를 회장직에서 몰아내 광복회를 정상화하기를 기대한다. 뜻있는 회원들이 광복회는 물론, 순국선열의 유지와 명예를 훼손하는 김 씨의 부적절한 행위를 징벌하려 했으나 성사되진 못했다. 만일 현재의 광복회 체제 내에서 정상화가 불가능하다면 의로운 광복회원들이 전원 탈퇴해 설립 취지에 적합한 새로운 광복회를 만드는 것도 고려해 볼 일이다.

제76주년 광복절을 착잡한 심정으로 보내면서 애국선열들의 희생에 충심으로 고개를 숙인다. 김원웅의 광복회(狂伏獪)를 하루빨리 청산해 진정한 광복회를 회복시키는 것만이 선열들께 부끄럽지 않은 후손이 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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