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유엔 본부 앞에서 아프간 출신 여성들이 탈레반의 정권 장악 이후 아프간 여성과 아동 권리 보호를 위한 국제사회의 조치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 연합뉴스
1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유엔 본부 앞에서 아프간 출신 여성들이 탈레반의 정권 장악 이후 아프간 여성과 아동 권리 보호를 위한 국제사회의 조치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 연합뉴스

남북 최대 22㎞·동서 350㎞
과거 ‘실크로드’로 사용됐던 곳
中 일대일로 교역로 개척 요충지
탈레반에겐 中 지원받는 통로
경제·군사적으로 중요성 커져


베이징=박준우 특파원

미군 철수 뒤 아프가니스탄 정국을 장악한 탈레반의 중요 파트너로 중국이 떠오르면서 중국-아프간 국경 지대인 와칸 회랑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와칸 회랑은 중국으로선 유입되는 테러 세력의 차단과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교역로 개척을 위한 통로로, 이 지역이 향후 역내 군사·경제적 패권을 위한 교두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탈레반 역시 이 지역에 진입하면서 인접한 중국 신장(新疆)위구르 지역으로의 난민 유출, 이에 다른 위구르 민족주의 발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향후 국제정치의 뇌관이 될 수도 있다.

17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와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은 탈레반이 아프간 정권을 장악하자 일제히 와칸 회랑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향후 동향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과 탈레반의 교류가 가시화하면서 양국 간 이동통로인 와칸 회랑의 경제적·군사적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프간 북동부 바다흐샨에 위치한 이 회랑은 남북 16∼22㎞, 동서 350㎞ 길이로 동쪽 끝은 중국의 신장 자치구와 연결된다. 과거 중국과 서역을 오가는 실크로드로 사용됐던 이 회랑은 19세기 남하하던 러시아와 인도·파키스탄 지역을 지배하던 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완충지대가 되면서 당시 카불 왕국이 관할하게 됐다. 이후 해발 4900m 전후의 고지대인 데다 협소한 이 회랑은 전략적 가치가 많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중국도 이 지역의 신장 독립세력인 동투르키스탄이슬람운동(ETIM)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이 지역의 군사적 사용을 꺼려왔다.

하지만 국제정세가 급변하면서 중국은 이 지역의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2008년 아프간에 주둔하던 미국과 영국이 전쟁물자 보급을 위해 이 지역을 개방해달라는 요구를 거부했던 중국이 2009년부터 국경 10㎞ 근처까지 도로를 새로 건설하고 이동통신 중계시설도 설치한 것. 중국이 2013년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이 회랑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중국은 아프간 인접국인 파키스탄과의 경제 회랑(CPEC) 사업을 진행하면서 와칸 회랑을 통과하는 중국∼아프간 연결 도로망 건설도 결정했다. 이 도로는 북쪽 중앙아시아와의 교역을 확대하고 남쪽으로는 파키스탄 서부 과다르 항구와의 연결될 것으로 추정된다. 탈레반으로서도 중국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이 지역을 잘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현재 회랑 지역은 탈레반 근본주의와 거리를 두고 있는 이스마일파의 영향권 아래에 있다. 이 때문에 탈레반은 지난 7월 초 이 지역에 사절단을 파견해 주민들과 소통에 나서는 등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탈레반 세력의 유입에 위기감을 느낀 주민들이 인근 타지키스탄이나 키르기스스탄 등으로 대거 망명을 신청하면서 조용하던 지역 내 혼란이 생겨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박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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