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반군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장악 이후 여성에 대한 억압 우려가 커진 가운데, 17일 인스타그램 등 SNS상에는 아프간 여성과 여자 어린이가 복장의 자유를 잃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사진이 돌고 있다. 의상 색깔이 천연색에서 무채색을 거쳐 검은색으로 바뀌고, ‘히잡’(왼쪽 위)에서 얼굴을 제외한 전신을 가리는 ‘차도르’(왼쪽 가운데), 눈만 내놓는 ‘니카브’(왼쪽 아래), 전신을 검은 천으로 가리는 ‘부르카’(가운데 아래) 착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인스타그램 캡처
무장반군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장악 이후 여성에 대한 억압 우려가 커진 가운데, 17일 인스타그램 등 SNS상에는 아프간 여성과 여자 어린이가 복장의 자유를 잃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사진이 돌고 있다. 의상 색깔이 천연색에서 무채색을 거쳐 검은색으로 바뀌고, ‘히잡’(왼쪽 위)에서 얼굴을 제외한 전신을 가리는 ‘차도르’(왼쪽 가운데), 눈만 내놓는 ‘니카브’(왼쪽 아래), 전신을 검은 천으로 가리는 ‘부르카’(가운데 아래) 착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인스타그램 캡처
익명의 아프간 여성, 심경토로
“모든 게 끝났고 희망을 잃었다”


“일요일(15일)은 내 인생에서 가장 끔찍한 날이자 절대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아침에 사무실로 갔는데, 내가 본 유일한 여자는 출입구 경비원뿐이었다. 가게 주인들은 줄줄이 문을 닫고 있었고, 교통 체증으로 찻길이 막힌 탓에 거리엔 무작정 내달리는 사람들이 보였다. 탈레반이 날 죽이리라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에서 2년가량 일했던 익명의 여성이 17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전한 심경이다. 지난 15일은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수도 카불로 진입, 대통령궁까지 밀고 들어와 20년 만에 재집권에 성공한 날이다. 이 여성은 “현금을 인출하려고 은행에 갔더니 대기 줄이 너무 길었다. 휴대전화엔 가족들의 부재중 전화가 찍혀 있었다”며 “어머니께 전화하니 어디에서 뭘 하냐고 다급하게 물으면서 얼른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그녀는 매우 불안해했다”고 전했다. 2시간이 걸려 집에 돌아온 그녀는 밤새도록 두려움에 떨었다고 했다. 이 여성은 “탈레반은 가택 침입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우리는 그들을 믿을 수 없다. 우리는 그들의 잔혹함을 봐 왔다. 모든 것이 끝났고, 나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었다”고 말했다.

탈레반이 정권 장악과 동시에 “여성 권리 보장”을 약속했지만, 여전히 생생한 탄압의 기억을 안고 사는 아프간 여성들의 불안감은 안팎에서 표출되고 있다. 벨기에 언론사 브뤼셀 모닝의 아프간 출신 기자 라일루마 사디드는 이날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 기자회견에 참석해 “나치즘과 제국주의를 패퇴시킨 나토와 유럽연합(EU)이 탈레반은 왜 막을 수 없었는지 묻고 싶다”며 울먹였다.

장서우 기자 suwu@munhwa.com

관련기사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