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유럽 등 부스터샷 시동
추가 확보 또 어려워질 듯
정부 대표단의 미국 모더나 본사 항의 방문에도 불구하고 국내 백신 공급 문제가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정부의 백신 계약에 총체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백신 공급 업체가 소수인 탓에 불평등한 계약이 이뤄질 수는 있지만, 정부가 백신 확보전에 뒤늦게 뛰어들어 모더나를 비롯해 화이자 등의 백신 계약서에 월별·분기별 구체적 공급 물량을 담지 못해 수급 차질을 초래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가 부스터샷(추가 접종)에 시동을 걸고 있어 글로벌 백신 확보 경쟁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18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정부가 모더나사와 백신 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분기별 백신 수급 물량을 구체적으로 약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은영 중앙사고수습본부 백신도입사무국장은 전날 “제약사(모더나사)와 연내 도입 물량(4000만 회분)은 계약서에 명시돼 있다”면서 “하지만 월별·분기별 구체적인 공급 일정은 통상 협의를 통해 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이 모더나사 CEO와 화상 통화를 통해 4000만 회분을 공급받기로 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으나 지난 16일까지 단 245만5000회분(6.1%)의 백신만 공급되고, 이후 모더나사 공급 일정을 여러 차례 번복한 것도 당초 백신 계약서에 월별·분기별 공급 일정이 명기되지 않아 발생한 일임이 드러났다. 이 때문에 모더나사는 다수의 백신이 4분기에 몰려 공급된다 해도 계약서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정부가 모더나사 뿐 아니라, 화이자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다른 백신도 총량 계약으로 세부 물량은 상황에 맞춰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이자 계약 당시 질병관리청은 “글로벌 제약사의 백신 도입 시기와 물량은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협의에 따라 결정되며,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제약사들과의 비밀 유지 조항 등으로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우리와 달리 유럽연합과 미국 등은 백신 회사와 맺은 계약서에 월별·분기별 구체적 공급 물량이 담겨 있다.
정부가 국내의 백신 위탁생산업체를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도 유명무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의 위탁생산업체는 국내에서 백신을 생산한다고 해도 글로벌 제약사들의 통제를 받아 해외에 우선 유통된 뒤 배분받는 방식이라 정작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모더나 등 백신 공급 계획이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국가별 백신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날 CNN 등 보도에 따르면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백신 접종을 마친 지 8개월 뒤 면역력의 연장·강화를 위한 부스터샷을 준비 중이다. 유럽, 이스라엘 등 먼저 백신 접종에 나선 국가들도 부스터샷에 시동을 걸고 있어 국내 백신 수급 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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