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처 “기념사업회·유족 요구”
국정원·서울경찰청 이어 또
일부선 “정부 이념지향 보여줘”


항일무장투쟁을 이끈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18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 가운데 그의 묘비(사진)에 쓰인 글씨체가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인 신영복 전 성공회대 교수의 글씨체, 이른바 ‘신영복체’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보훈처는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의 입장을 반영했다”는 입장이지만, 순국선열이 묻힌 곳에 간첩사건에 연루된 이의 글씨체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19일 문화일보 취재진이 홍 장군 묘비명에 새겨진 ‘애국지사 홍범도의 묘’ 글씨체를 확인한 결과 신영복체와 일치했다. 현충원 내 다른 애국지사들의 묘비 글씨체는 ‘예서체’ 등 시중에서 흔히 쓰이는 글씨체다.

보훈처는 홍 장군 묘비에 사용된 글씨체가 신영복체인 것을 인정했다. 보훈처 관계자는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쪽에서 글씨체 사용 요구가 있었다”며 “국립묘지 묘비와 서체는 유족의 요구를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홍 장군 유족으로는 외손녀로 러시아 연해주에서 거주하는 고려인 김알라 씨가 있다.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문재인 정부 내에서 국가 기관에 신영복체가 잇따라 사용된 데 이어 현충원에서까지 그의 글씨체가 사용된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은 “우리나라에 좋은 글씨체가 많은데 공안기관에 이어 현충원의 묘비까지 신영복체를 사용하는 것은 현 정부의 이념적 지향이 어디 있는지 보여준 사례”라며 “유족들이 먼저 신영복체를 사용하자고 제안했을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6월 창설 60주년을 맞아 새로 공개한 원훈(院訓)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이란 글씨로 신영복체를 사용했고, 서울경찰청은 지난해 8월 장하연 전 청장 취임식과 올해 7월 최관호 신임 청장 취임식에서 그의 글씨체로 ‘가장 안전한 수도치안, 존경과 사랑받는 서울경찰’이란 배경(백드롭)표어를 만들어 논란이 된 바 있다. 두 기관은 대공 사건을 전담하는 부서로, 간첩 잡는 기관이 국보법 위반자의 글씨체를 간판으로 내건 셈이다.

정철순·정충신 기자
정철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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